네이버·다음, KISO-연세대 국어국문학과 연구팀 지적 반영
다음 달 관련 소위원회 발족 후 내년 1분기께 가이드라인 제공
(서울=연합뉴스) 오규진 기자 = 주요 포털 국어사전에서 차별·비하 의도가 담긴 표현에는 이용자 주의를 환기하는 문구가 표시된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30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포털 국어사전 내 차별·비하 표현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자리에서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이날부터 KISO의 권고를 받아 이런 정책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카카오는 30일 오전 10시부터 국어사전 서비스 표제어 뜻풀이 하단에 '차별 또는 비하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용에 주의 필요합니다'는 내용의 문구를 표시하기 시작했다.
앞서 KISO는 지난해 8월 어학사전 자문위원회를 꾸리고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국어학 연구팀 도움을 받아 포털 국어사전에 차별·비하 의도가 담긴 표제어 1만여 개를 수집했다.
이 가운데 사람에게 쓰이는 표준어 단어 690여 개를 검토 대상으로 추린 뒤 말뭉치와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최근 3개월 동안 소셜미디어(SNS), 블로그, 뉴스에 나타난 연관어까지 살펴봤다고 한다.
분석 결과 표제어 546개에 주의 문구를 표시하기로 했다.
'바보', '난쟁이' 등 두 개 이상의 의미를 가진 단어에서는 차별·비하적 의도가 담긴 뜻풀이에서만 문구를 띄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차별·비하 표제어의 25.6%는 성격·습성을 나타냈다.
특히 성격을 나타내는 요소가 부정적이면 대부분 차별·비하의 의미를 지닌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다만 '꼼꼼쟁이', '새침데기', '공붓벌레' 등의 표제어는 예외로 판단했다.
2위는 '딴따라', '장사꾼' 등 능력·직업 관련 표제어(22.4%)가 차지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을 이르는 표제어(10.9%), 외모·차림새를 보여주는 표제어(9.1%), 인종·출신지 관련 표제어(6.5%)가 각각 3·4·5위에 올랐다.
연구진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지칭하는 표제어들이 인종·출신지(6.5%)나 성별(4.3%) 관련 차별·비하 표현보다 더 많이 나타난 것을 특이점으로 지적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KISO 이사회 의장 겸 정책위원장인 이인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창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 유현경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필운 한국교원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등 전문가들과 네이버·카카오 사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어학사전 자문위원장은 맡은 황 교수는 "이런 언어가 실제 사용되는 환경에서 조사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며 "단순히 차별·비하 표현 여부를 판단하기보다는 명확한 근거와 전문가적 시각을 더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를 토대로 차별과 혐오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의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중휘 네이버 파파고 책임리더는 "국내 최대 온라인 사전 플랫폼인 만큼 차별·비하 표현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할 수 있도록 플랫폼 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ISO는 다음 달 어학사전 자문위원회를 확대·개편한 '차별·비하 표현 소위원회'를 발족하고, 신조어, 속담 등에서도 관련 연구를 확대할 예정이다.
네이버·카카오와 이용자 보호 가이드라인도 제작해 내년 1분기께 공개할 방침이다.
acd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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