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전력 4사 공동 설계…일 '원전 제로' 폐기하고 재가동
원전 신·증설 결정할 가능성…기시다 연말까지 '정치적 판단'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원전의 적극적 활용을 내건 가운데 일본 기업이 2030년대 중반 실용화를 목표로 차세대 원전 개발에 나선다.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은 간사이(關西)전력 등 일본 4개 전력 기업과 함께 120만 킬로와트(㎾)급 혁신 경수로 'SRZ-1200' 설계를 추진한다고 29일 발표했다.
2011년 3월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의 교훈을 반영한 새로운 규제 기준에 따라 안전성과 신뢰성을 향상하도록 SRZ-1200을 개발한다고 미쓰비시는 설명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2030년대 실용화를 목표로 한다.
이들이 추진하는 새로운 원전은 종래의 가압수형 경수로(PWR)를 개량한 것이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이 신증설 등을 검토하는 이른바 차세대 혁신로의 하나라고 아사히(朝日)신문이 30일 전했다.
안전대책 강화로 인해 건설 비용은 앞서 만든 원전의 두 배에 가까운 1조엔(약 9조9천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JAEA)는 고온 가스로를 만드는 영국의 신형원자로 개발 프로젝트 예비조사 사업자 중 하나로 최근 선정됐으며 미쓰비시중공업과 손잡고 미국 테라파워가 추진하는 고속로 사업에도 관여하기로 하는 등 일본 원자력업계의 차세대 원전 개발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탈 탄소 기조와 에너지 수급 불균형 및 일본 정부의 정책 전환과도 관련이 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주재한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실행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수급 구조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면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탈 탄소 에너지의 핵심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또 차세대 원전 건설 등 정치적 판단이 필요한 제반 사항에 관해 "연말에 구체적인 결론을 낼 수 있도록 여당과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검토를 가속해달라"고 주문했다.
일본원자력산업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일본에는 이달 7일 기준 33기의 운전 가능 원자로가 있으며 절반이 넘는 17기가 운전 기간 30년을 넘긴 노후 원전이다.
일본 정부가 원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상당한 건설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핵연료 물질 및 원자로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원전의 운전 기간을 원칙적으로 40년으로 하되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허가를 받으면 20년 연장해 최대 60년까지 운전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탈원전을 표방했으나 2012년 말 자민당이 재집권하면서 정책이 급변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재임 중 민주당 정권이 앞서 수립한 원전 제로 정책을 백지화하고 원전 재가동에 속도를 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신설이나 개축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기시다 정권이 머지않아 신·증설을 정식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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