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스페인 정부가 다음 주 수도 마드리드의 유명 투우장인 라스 벤타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난쟁이 투우사 쇼'를 돌연 금지해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사회주의노동자당이 이끄는 스페인 정부는 이 공연이 장애인을 조롱한다는 이유로 이제 막 티켓 판매가 시작된 이 행사를 금지시켰다.
'난쟁이 투우사 쇼'는 '뽀빠이 토레로' 극단의 난쟁이 단원들이 어린 투우를 데리고 어린이와 가족 관람객들을 상대로 펼치는 쇼다.
장애인 문제를 관장하는 부처인 '사회적 권리부'를 이끄는 헤수스 마르틴 블랑코 장관은 "장애를 이유로 남을 조롱하는 문화를 거부하는 우리의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도 이형성증(異形成症)으로 보통사람보다 체구가 작은 블랑코 장관은 장애인 관련 법규를 개정해 이런 쇼를 금지할 것이라며 "시내에서 이런 쇼가 펼쳐질 때면 남들이 나를 비웃을까 봐 무서워 숨곤 했다"고 했다.
그는 또 "어린이들이 자신의 신체적 조건 때문에 부끄러워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스페인에 광대는 없으며 오직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뽀빠이 토레로 극단의 후안 아헨호 감독은 정부가 갑자기 난쟁이 투우사 쇼를 금지하는 것은 자신들의 일 할 권리를 빼앗고 생계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3년 동안 이런 독재는 처음"이라며 "사회적 압력 때문에 쇼를 취소하는 극단적 조치는 왜소증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헨호 씨는 난쟁이는 아니지만 난쟁이 6명과 광대와 음악가 9명을 고용해 극단을 꾸려왔다.
그는 "우리 단원들은 투우사이고 자신들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극단에 소속돼 돈을 버는 이들에게 다른 일을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40년대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난쟁이 투우사 쇼는 17세기 투우사들 사이에 유행했던 해학적 행위에 기원을 두고 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 있는 하엔 투우장 등지에서는 난쟁이 투우사 쇼 티켓이 4천 장 넘게 팔린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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