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미혼여성 낙태권·부부간 강간 인정…대법 기념비적 판결

입력 2022-09-30 13:17  

인도, 미혼여성 낙태권·부부간 강간 인정…대법 기념비적 판결
"미혼 여성도 기혼자처럼 임신 24주차까지 낙태 가능"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로 이름난 인도에서 미혼 여성의 낙태권과 부부간 강간을 인정하는 기념비적 판결이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더힌두 등 인도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전날 낙태를 희망하는 20대 미혼 여성의 청원을 심사하면서 "미혼 여성도 기혼 여성과 마찬가지로 임신 24주차까지 낙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D.Y. 찬드라추드 대법관은 여성의 혼인 여부가 낙태권을 결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인도에서는 1971년 도입된 '의학적 임신 중절법'에 따라 여성의 낙태권이 허용돼왔다.
하지만 이 법은 미혼 여성의 일반적인 선택권은 배제한 채 기혼·이혼 여성이나 과부, 미성년자, 장애인 또는 강간에 의한 임신에만 낙태권을 인정했다.
지난해 이 법이 개정되면서 낙태 가능 시기가 임신 20주에서 24주로 확대됐고 낙태 요건에 결혼 조항이 빠지긴 했지만 미혼 여성의 낙태권은 여전히 명시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상태였다.
찬드라추드 대법관은 "싱글 여성의 낙태권을 배제하는 것은 비헌법적"이라며 개정된 법 규정을 명확하게 해석했다.
그는 이어 "낙태 결정 여부는 복잡한 인생 상황에서 기인하기 때문에 여성만이 외부의 간섭이나 영향 없이 조건을 선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날 '부부간의 강간' 개념도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다.
남편이 강제한 성행위도 낙태 사유 중 하나인 강간으로 인정하면서다.
다만, 현재 인도에서 부부간 강간은 아직 범죄로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의 판결 내용이 알려지자 여권 운동가 등은 크게 환영했다.
여권 운동가 브린다 아디게는 이날 판결에 대해 "가장 진보적인 판결 중 하나"라며 "이 판결은 여성의 권리와 선택을 전적으로 존중했다"고 평가했다.
인도에서는 2017년 통계 기준으로 해마다 약 640만건의 낙태가 시행되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여성의 낙태권 문제는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크게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 낙태권을 헌법상의 권한으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고 주별로 결정권을 넘기면서 찬반 논란이 크게 야기되면서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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