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절차 신청에 증권사들 당혹…전액 상환 어려워질 수도"
"지방채 등 채권시장 투자심리 악화…부동산PF 부실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채새롬 홍유담 기자 = 강원도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사업을 하던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증권사 등 투자기관들과 채권시장에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업계에선 강원도의 이번 움직임을 놓고 도덕적 해이라며 볼만을 제기하면서 보증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강원도는 중도개발공사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20년 BNK투자증권을 통해 2천50억원 규모 유동화증권(ABCP)을 발행할 때 채무 보증을 섰다.
해당 ABCP를 발행한 특수목적회사(SPC)인 아이원제일차는 전날 2천50억원 규모의 ABCP를 차환 발행하지 않고 기초자산인 중도개발공사 대출채권 상환이 불가하다고 기관들에 통보했다.
그러면서 기초자산인 대출 원리금이 최대한 이른 시간에 상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하루 전인 지난 28일 김진태 강원지사는 "도는 안고 있는 2천50억원의 보증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도개발공사 회생을 신청하기로 했다"며 "법정 관리인이 제값을 받고 공사의 자산을 잘 매각하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이 회생 절차를 개시하면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ABCP는 주관사인 BNK투자증권이 받아 시장에서 A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과 자산운용사들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선물환을 활용해 투자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여삼 메리츠증권[008560] 연구원은 "지방채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일부 지방 재정 건전성이 다시 거론될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지자체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자 입장에서는 상환이 유예된 데다 강원도가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확정된 것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금리 급등과 부동산 시장 위축 상황에서 이번 사태까지 겹치자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금 시장 전반으로 번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지방채를 비롯한 채권 시장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채권자들이 강원도에서 변제를 받더라도, 지방개발공사에 대한 투자 심리에는 디스카운트 요인"이라며 "과거 태백개발관광공사 회생 사건 등이 터졌을 때도 한동안 지방개발공사 쪽에 대한 투자심리가 상당히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 회생 절차가 시작되면 기한이익 상실로 만기 이전에 이미 부도 처리가 된다"며 "채권자의 대항력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강원도가 변제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원제일차의 ABCP에 대해 한국신용평가와 서울신용평가는 모두 최고 등급인 'A1'을 부여한 상태였으나, 한신평은 전날 등급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공시했다. 서신평은 아직 하향 검토 등 별도 의견을 내지 않았다.
평가 담당자인 이해광 애널리스트는 "강원도는 당사자 간 체결된 토지매매 관련 합의서에 따라 기초자산의 기한이익이 상실하는 경우 등 사유가 발생할 시 SPC에 대출 약정상 대출 약정 금액을 기준으로 미상환 대출 원리금 상당액을 SPC에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이에 당사는 강원도의 신용도를 반영하여 SPC가 발행한 제3회차 ABCP의 신용등급을 A1(sf)으로 부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SPC는 기초자산의 기한이익 상실에 따라 강원도에 지급금 지급 의무의 이행을 요청했으나 강원도가 지급 의무를 지난 29일 지정 시각까지 이행하지 않았다"며 "만기가 도래한 제3회차 ABCP가 정상적인 상환이 불확실해진 점 등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워치리스트(감시 대상 목록) 하향 검토에 등록한다"고 부연했다.
한신평이 아이원제일차의 등급을 상환 불능인 부도 상태를 뜻하는 'D' 등급으로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소송전 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다만 소송으로 간다면 지자체가 보증 의무를 이행하라는 결론이 날 가능성은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기관들은 수년간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보증한 투자 건이어서 법정에선 투자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가뜩이나 채권, 부동산시장이 악화한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시작으로 부도가 줄을 잇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indigo@yna.co.kr,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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