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4개 지역 새로 생겼다"…우크라에 "군사행동 멈추고 대화해야"
"서방, 민주주의 말할 자격 없다…미국, 핵무기 사용 선례 남겼다" 주장도
크렘린 "푸틴, 당장은 아니지만 추후 점령지 방문…합병지역 법적 지위 미정"
(이스탄불=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러시아에 새로운 4개 지역이 생겼다"며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의 합병을 선언하고 관련 조약에 서명했다.
로이터,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에서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와의 합병 조약식 연설에서 이같이 밝히고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일본에 두 차례 핵무기를 사용하는 선례를 남겼다"고 지적하고 "서방은 민주주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새로 합병하는 곳은 우크라이나 내 동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우크라이나명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남부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등 4개 지역이다.
이들 점령지 면적은 약 9만㎢로,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15% 정도이자 포르투갈 전체와 맞먹는다.
푸틴 대통령은 주민투표를 통한 점령지의 합병 요청에 대해 "유엔 헌장에 보장된 자결권에 따른 것"이라고 강변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러시아는 소비에트 연방으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대화의 준비가 돼 있다. 즉각 군사행동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의 상당 부분을 미국과 서방을 비난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서방은 러시아에 대한 하이브리드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러시아를 식민지로 만들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방 엘리트는 언제나 그랬듯이 식민주의자들"이라며 "서방은 중세에 이미 식민지 정책을 시작했다. 러시아 공포증은 인종차별일 뿐"이라고도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이 독일과 한국, 일본을 점령하고 있으면서도 동등한 관계라고 한다는 억지까지 부렸다.
그는 또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유럽을 통제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미국이 러시아 에너지를 포기하게 강요하는 것이 유럽의 탈산업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최근 발생한 발트해 해저 가스관 파손 및 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해서는 "앵글로색슨 국가들이 폭파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영토합병 조약 서명 이후에는 상·하원 비준 동의, 대통령 최종 서명 등 법적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다음 달 4일 공식적인 영토 합병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의 점령지 방문 계획에 대해 "할 일이 많다. 당장은 아니다"라며 "나중에 분명히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국, 주, 자치주, 자치구역 등 새로 합병된 지역의 법적 지위에 대해선 "모르겠다. 추후 검토할 문제"라고 밝혔다.
합병 지역이 점령지 행정 경계까지인지 현재 군 점령지까지인지에 대해서도 "확인이 필요하다.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군에서 1년 이상 복무하거나 군 작전에 6개월 이상 참여한 외국인, 무국적자에 대한 시민권 취득을 간소화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복무 기간과 무관하게 전투 중 부상한 경우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내려진 후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구소련권 국가들은 해외 분쟁에 참전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자국민의 러시아군 입대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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