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 룰라 '예상밖 신승' 1차서 못끝냈다…30일 결선(종합2보)

입력 2022-10-03 12:28   수정 2022-10-03 14:50

브라질 대선, 룰라 '예상밖 신승' 1차서 못끝냈다…30일 결선(종합2보)
룰라, '과반득표 실패' 압승 불발…보우소나루, 개표 70% 직전까지 앞서며 '선전'
"최종 승리까지 싸울 것" vs "거짓 무찔렀다"…빗나간 여론조사, '숨은 표' 드러나
'좌파 대부'의 귀환이냐, '남미 트럼프' 재선이냐…극심한 좌우대결 속 전·현직 혈투 예고
룰라 최종 승리시 보우소나루 불복 가능성 변수…최종 승패 따라 중남미 정치지형 요동



(브라질리아·상파울루·서울=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김지윤 통신원 김지연 기자 = 2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 선거(1차)에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76) 전 대통령이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대통령을 눌렀다.
그러나 룰라의 낙승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박빙의 승부수가 펼쳐진 끝에 룰라 전 대통령이 1차에서 과반 득표에 실패함에 따라 두 사람 간 결선을 통해 최종 승부가 가려지게 됐다.
이번 브라질 대선이 어느 때보다 이념간 양극화 및 대립이 첨예한 양상으로 전개돼온 가운데 오는 30일 '운명의 날'을 앞두고 브라질 '좌파 대부'와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전·현직 대통령간 혈투가 예상된다. 룰라가 보우소나루를 두 자릿수 차이로 줄곧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던 여론조사는 빗나간 셈으로, 룰라가 일단 승기를 잡긴 했지만 예측불허의 일전이 치러질 전망이다.
최종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브라질, 나아가 중남미 정치 지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

99.8% 개표 기준으로 노동자당 소속으로 좌파 성향인 룰라 전 대통령은 48.4%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 극우 성향으로 평가받는 자유당의 보우소나루 대통령(43.3%)을 5.1% 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개표 중후반까지도 선두를 내주지 않으며 현역의 저력을 과시했으나 개표 70%에 룰라가 45.7%로 보우소나루(45.5%)를 역전한 뒤 이 흐름이 이어지면서 이변이 일어나진 않았다.

그러나 예상 밖 신승으로 룰라 전 대통령은 당초 기대와 달리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 짓지 못했다. 유효 투표수의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1차 투표에서 1·2위에 오른 두 사람은 오는 30일 결선에서 브라질 대권을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게 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1차 투표 후 최종 당선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상파울루에서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제시하는 것들을 브라질 사회에 확신시켜야만 할 것"이라며 "싸움은 최종 승리까지 계속되며 그것이 우리의 모토"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1차 결과를 스포츠 경기 연장전에 비유하면서 "나는 우리가 이길 것이라고 늘 생각했다"며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이 낮은 지지율을 보였던 여론조사를 '거짓'이라고 규정하면서 역전을 별렀다.
그는 "우리가 오늘 거짓을 무찔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총 11명의 후보 중 나머지 9명 후보 득표율은 모두 합쳐 8%대에 머물렀다.

룰라 전 대통령은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인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두자릿수 이상 지지율 격차를 보이며 시종 1위를 기록했고, 선거일을 1주일여 앞두고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5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이거나 과반 득표까지 예상됐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68만명 이상 사망했을 만큼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아마존 지역에서 무분별한 개발을 방임하거나 지원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고, 경제적으로는 최근 물가 급등에 직면해 있다.
이 때문에 2003∼2010년 재임했던 룰라 대통령은 과거 부흥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여전히 정치적인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1차 투표에서 당선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기도 했으나 막상 투표함을 열어 보니 선거 결과는 예상과 달리 박빙이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 초반의 지지율을 보였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40% 중반대의 득표율을 기록해, 보수 성향 유권자에 상당수의 '숨은 표심'이 있었음을 입증했다.
데이지 시우카리 상파울루 가톨릭대학 정치학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보우소나루를 지지하는 숨은 표가 강하게 있다"며 "특히 상파울루의 시골 지역이 그렇고 전국적으로 여론조사의 레이더에서 벗어나 있는 작은 도시들도 그렇다"고 분석했다.
'샤이 보우소나루 지지자'가 적지 않았다는 1차 투표 결과를 고려하면 결선 투표에서도 그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두 후보는 결선투표를 앞두고 1차 관문을 넘지 못한 나머지 9명 후보 지지층을 상대로 적극적인 표심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번 대선은 브라질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이념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결선투표일까지 전·현직 대통령인 두 후보 간 신경전과 지지자 간 반목도 더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격한 언사로 '남미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2차 투표에서 질 경우 깔끔하게 승복할지도 변수다.
그는 1차 투표를 앞두고서도 자신이 60%를 웃도는 득표율로 승리할 것이라면서 그만큼의 득표율이 나오지 않으면 그 결과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불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여당 자유당은 브라질의 전자투표 시스템이 조작에 취약하다고 별다른 근거 없이 주장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날 1차 결과에 승복하는지 질문에 "깨끗한 선거라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룰라 전 대통령이 최종 당선, 화려하게 부활할 경우 '제2의 핑크 타이드'(분홍물결)가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 중남미에서 온건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정부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핑크 타이드가 일었다.
이후 우파 정권이 득세한 시기를 지나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콜롬비아 등에서 다시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제2의 물결이 일고 있다.
특히 중남미 최대 국가로서 첫 핑크 타이드의 정점을 찍었던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최종 당선되면 제2의 핑크 타이드를 다시 이어가게 될 전망이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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