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리만의 굴욕' 후폭풍…내부서도 군부 공개 직격 들끓어

입력 2022-10-03 12:31   수정 2022-10-04 09:09

러시아 '리만의 굴욕' 후폭풍…내부서도 군부 공개 직격 들끓어
러 종군기자 "병사들이 퀭한 눈으로 철수" 보도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의 핵심 병참 도시를 잃고 퇴각한 러시아군에 대해 러시아 국내에서도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고 외신들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핵심 요충지인 도네츠크 리만에서 힘없이 밀려난 굴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라 내부에서도 적잖은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군이 리만에서 퇴각해 새로운 방어 전선을 구축 중인 가운데 친정부 성향 텔레그램 채널에서는 군 지휘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보도했다.
포문을 연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 람잔 카디로프다.
그는 푸틴 대통령에게 전술핵 사용을 촉구하는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러시아 군 지휘부를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카디로프는 리만 지역 지휘관의 실명을 지칭하며 그가 병력의 탄약 등 군수품이나 통신 등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장에는 용감하고 규율을 지키고 병사들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지휘관이 배치돼야 한다. 군에서 족벌주의가 설 땅은 없다. 특히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는 더욱 그렇다"라고 말했다.
이에 러시아 신흥재벌로서 용병집단 '와그너'의 설립자이기도 한 예브게니 프리고진도 거들었다.

그는 와그너 관련 텔레그램에서 "카디로프의 표현은 전적으로 내 스타일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나는 이 XX들을 발가벗겨서 기관총을 들려 최전방에 세우고 싶은 마음"이라고 적으며 군 지휘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친 크렘린 성향 싱크탱크인 '러스트라트'의 엘레나 파니나 국장은 이같은 러시아 군 지휘부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도, 그 자신도 군 지휘부의 물갈이가 필요하는 취지로 언급했다.
한 친정부 텔레그램 뉴스채널은 이같은 공개 비난에 대해 "배신보다 더 나쁘다"고 평가하고 군에 대한 공격을 자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러시아의 한 신문은 리만 철수 당시 상황을 매우 사실적인 논조로 전해 눈길을 끈다.
러시아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의 종군 기자는 리만 퇴각 소식을 보도하는 2일자 기사에서 "사기가 떨어진 병사들이 퀭한 눈(empty eyes)을 한 채 겨우 리만을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기자는 "이곳의 병사들은 끝까지 싸울 수 있었지만 지휘부의 명령에 따라 철수했다"라며 "포위되거나 포로로 잡혔을 때의 위험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리만에 머물던 마지막 수일간은 병사들의 탈영과 지휘부의 계획 부족, 보충병 지연 등에 시달려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는 통상적이지 않은 솔직한 기사라고 NYT는 짚었다.
NYT는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리만 주변 곳곳에 숨은 러시아 이탈병들을 수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bana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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