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시장 신뢰 회복하기에는 부족…추가 대책 필요"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영국 정부가 3일(현지시간) 세계 금융 시장을 혼돈에 빠뜨렸던 대규모 감세 정책 일부를 철회한다고 밝혔지만, 시장의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다.
쿼지 콰텡 영국 재무부 장관이 이날 소득세 최고세율 45% 철폐 계획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하자 파운드화 가치는 소폭 상승했으나, 전문가들은 이 추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정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감세 규모는 450억파운드(약 72조원)인데, 여기서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가 차지하는 금액은 20억파운드(약 3조원)로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영국 자산운용사 블루베이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닐 메타는 블룸버그 통신에 영국 정부가 경제 정책의 방향을 바꾸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며 파운드화 상승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버룸 캐피탈의 전략 담당 수사나 크루즈는 "영국 정부가 에너지 상한 설정 등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명확한 전략을 보여주기 전에 파운드화와 영국 국채에 가해지는 압력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 홀딩스에서 통화 전략을 담당하는 조던 로체스터는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를 포기한 것은 상징적인 조치일 뿐"이라며 "시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뜻이겠지만 큰 줄기는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크리스 보샹 IG 그룹 애널리스트는 AFP 통신에 "감세 정책을 뒤집으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상승할 여지를 줬지만, 재정 전망에 약간의 변화만 주는 것이기에 이 추세가 오래갈 것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마켓츠닷컴의 닐 윌슨도 "정부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시장의 관점에서 봤을 때 정부의 신뢰도를 높이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폴 존슨 재정연구소(IFS) 소장은 최고세율 폐지 철회가 "재정적으로 갖는 의미는 제한적"이라며 "450억파운드 규모의 감세안이 430억파운드 규모가 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존슨 소장은 "지속 가능한 재정을 담보하려면 (재무부) 장관이 해야 할 일이 여전히 많다"며 "다른 감세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 한 공공지출 삭감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1.1220달러 선으로 영국 정부가 50년만에 최대 규모 감세안을 발표한 이후 가장 높아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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