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파튼 "대만 침공→중국경제 붕괴→대규모 봉기 가능성"
"대만해협과 대만 '고슴도치 전략' 때문에 침공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은 대만해협이라는 지리적 환경과 대만의 방어전략 때문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만일 대만을 침공하면 '제2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톈안먼 사태)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외교관 출신의 저명한 중국 전문가가 지적했다.
4일 대만의 영자지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독일의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MERICS) 찰스 파튼 선임연구원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먼저 파튼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대만 침공은 "극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만일 그런 일이 발생하면 "세계적인, 경제ㆍ정치적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튼 연구원은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격이 어려운 이유로 대만해협이라는 지리적 환경과 함께 대만이 중국의 침공에 대비해 채택하고 있는 '고슴도치 방어 전략'을 꼽았다.
고슴도치 전략은 약소국이 비대칭 전력을 바탕으로 강대국을 상대로 구사하는 방어전략이다. 고슴도치가 자신의 힘으로 감당하기 힘든 큰 적수에 대항하기 위해 자신을 공격하면 상대방도 가시에 찔릴 수 있다는 점을 알려 공격을 주저하게 만든다는 데서 유래한 전략이다.
대만은 대만해협이라는 천혜의 방어망에 하푼 지대함 미사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에이태킴스(ATACMS) 등 비대칭 무기를 통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하는 고슴도치 전략을 구사하려 한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달리 비이성적인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작다고 파튼 연구원은 내다봤다.
게다가 세계 반도체 시장의 주요 공급 국가인 대만이 '반도체 방패'를 보유하고 있는 점도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파튼 연구원은 지적했다.
중국은 대만으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면 경제가 파탄 나기 때문에 섣불리 대만을 공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파튼 연구원은 만일 중국이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대만을 공격할 경우 서방의 제재와 반도체 공급망 단절로 중국은 경제가 파탄 날 것이라면서 "중국의 경제적 붕괴는 유례없는 규모의 고통을 몰고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파튼 연구원은 중국의 경제 붕괴는 톈안먼 사태와 같은 대규모 봉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톈안먼 사태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1989년 6월 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을 말한다.
정확한 희생자 수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서방 세계에서는 약 3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튼 연구원은 37년간 영국의 외교관으로 재임하면서 20년 이상을 중국, 대만, 홍콩에서 근무한 중국 전문가다.
외교관직을 마친 뒤 영국의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등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하는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2016년 5월 대만에서 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한 이후 양안의 공식적인 관계를 단절하고 대만에 대한 강도 높은 군사·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8월 2-3일)을 계기로 대만섬을 포위하는 대규모 실사격 훈련을 하고, 군용기를 연일 대만해협 중간선과 대만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키는 등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8월 10일부터 9월 8일까지 중국 문제, 대만 문제, 양안 관계 전문가 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이나파워(ChinaPower) 프로젝트' 결과 조사 대상 전문가의 63%가 '중국이 10년 이내에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조사 대상 전문가 전원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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