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46명 숨져…온·오프라인서 테러 규탄 목소리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교육센터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 관련 사망자의 수가 탈레반 발표보다 훨씬 많은 53명으로 집계됐다.
유엔 아프가니스탄지원단(UNAMA)은 3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 폭발로 여성 46명 등 53명이 숨졌고 110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이는 아프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이 테러 후 밝힌 사망자 수 25명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그간 탈레반은 자신들의 체제 안정성을 강조하기 위해 테러 피해 규모를 종종 축소해왔다.
UNAMA는 자체 인권팀이 탈레반 등의 부인에 반박하기 위해 사실 확인, 신뢰할만한 데이터 구축 등 범죄 기록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카불 서부 다시트-에-바르치 지역의 카지 교육센터 강당에서는 수백명의 학생들이 대입 모의고사를 준비하던 중 자폭테러가 발생했다.
배후를 자처한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번 테러는 아프간의 소수 집단인 시아파 하자라족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됐다.
테러 발생 지역이 시아파 무슬림 거주지로 특히 하자라족이 주로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프간 인구의 85∼90%는 수니파로 시아파나 하자라족은 탈레반이나 이슬람국가(IS)로부터 오랫동안 핍박받았다.
특히 IS는 시아파를 배교자로 부르며 시아파 겨냥 대형 테러를 자주 감행했다.
이번 테러로 특히 많은 여학생이 희생된 사실이 알려지자 아프간 여성들은 탈레반의 엄혹한 통제를 뚫고 온·오프라인에서 항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1일 테러 발생 지역 인근에서는 약 50명의 여성이 행진하며 "하자라족에 대한 집단 학살을 멈춰라", "시아파가 된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부 발크주에서도 여성 시위가 일어났고 미국, 캐나다, 독일 등 해외에서도 아프간 난민들이 이번 테러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온라인에서도 '하자라 제노사이드 중단'(#StopHazaraGenocide) 등의 해시태그가 퍼지는 등 테러 비난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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