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연임=홍색강화' 시장예상 의식?…中총리 '개혁개방' 역설

입력 2022-10-04 14:26  

'시 연임=홍색강화' 시장예상 의식?…中총리 '개혁개방' 역설
리커창, 당대회 앞두고 개혁개방 견지 자주 언급 눈길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의 2인자인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시진핑 국가 주석의 집권 연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10월 16일 개막)를 앞두고 잇달아 '개혁·개방'을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4일 중국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과 중앙TV(CCTV) 등에 따르면 리 총리는 지난달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경절 리셉션에서 20차 당 대회의 중요성을 거론한 뒤 올해 중국이 엄중한 국내외 정세 속에 "개혁·개방으로 활력과 동력을 더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이어 "개혁개방은 중국의 기본 국책이고 발전을 촉진하는 근본 동력"이라며 '사회주의 시장경제' 개혁의 방향을 견지하고, 시장화·법치화·국제화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촉진"하고 "다자 및 양자 간 경제·무역 협력을 심화"해 "중국이 언제나 외국인 투자의 고향이 되도록 만들고, 윈윈하는 발전을 실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총리는 같은 날 같은 인민대회당에서 외국 전문가들에게 '중국 정부 우의상'을 시상하는 자리에서도 "중국의 빠른 발전은 개혁·개방의 덕을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면서 우리는 계속 흔들림 없이 개혁을 심화하고 개방을 확대해 발전을 위해 강대한 동력을 주입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리 총리는 지난달 22일 일본 경제계 대표들과 가진 화상 간담회에서 "개혁·개방은 전진의 길 위에 놓인 각종 도전에 대처하는 핵심적 방법이고, 앞으로 중국의 발전을 촉진하는 중요한 동력"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이 대외 개방을 견지하는 기본 국책은 전혀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대외 개방의 문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3월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리 총리가 당 대회를 앞두고 개혁·개방을 강조하는 것은 유력시되는 시 주석의 '집권 3기'에 중국이 개혁·개방 노선에 변화를 주거나 역행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의 방증으로 해석된다.
근래 중국이 자신들의 '시장경제 교사' 역할을 했던 서방과 정치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반도체 등 일부 핵심 산업 영역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대만 해협 상황이 악화할 경우 이런 중국과 서방의 거리는 더 멀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또한 중국은 세계 주요국 중 거의 유일하게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면서 외부와의 교류의 문을 2년 반 이상 최소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은 다가오는 당 대회 때 '분배'를 중시하는 사회주의의 지향점을 반영한 자신의 최대 경제 어젠다 '공동부유'를 강조할 것이라는 게 관측통들의 전망이다.
결국 시 주석의 집권이 연장되면 중국은 자의 반·타의 반으로 40년 이상 견지해온 개혁·개방에서 후퇴할 수 있다는 예상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에서 리 총리가 모종의 '역할'을 부여받았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시 주석 집권 3기가 원만하게 출발할 수 있도록 시 주석 핵심 어젠다인 공동부유와 제로 코로나 등에 대한 외국의 우려를 불식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총리 재임(총 10년) 기간의 마지막 6개월을 보내고 있는 리 총리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총리직은 3차례 연속 재임이 법적으로 불가능해 내년 3월이면 리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의 후임자로는 같은 공청단(공산주의청년단)파인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주석과 후춘화 부총리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1955년 7월생인 리 총리는 중국 지도부의 불문율인 '7상8하(七上八下·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에 따른 퇴임 연령에 도달하지 않았기에 총리 퇴임 자체가 '자동적 정계 은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중국 현 최고 지도부(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안에서 개방적 이미지가 비교적 강한 리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등으로 자리를 옮겨 대외 '얼굴마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기도 한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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