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 밀월기 보내는 북중 '물밑소통'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차 '대관식'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16일 개막)를 앞두고 북한의 무력시위가 강도를 더하고 있어 북·중간 상호 작용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지난달 25일부터 4일까지 열흘간 5차례(하루 2발 발사도 한차례로 계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했다.
가장 최근인 이날 도발은 사거리가 늘어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로 무력 시위의 강도가 세진 셈이다.
비록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최고수위는 아니지만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이 결정될 중요한 정치행사를 앞두고 북한의 무력 시위가 빈번하게, 그것도 강도를 높여가며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중국으로선 결코 달갑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달 29일과 지난 1일 이뤄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대화와 협상을 촉구하는 동시에 "한반도 정세를 현 상황에 이르게 한 주요 문제점은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응당 있어야 할 대응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밝히고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 미국이 참여한 합동 군사훈련이 잇달아 개최된 사실도 거론했다.
그러나 이날 IRBM 발사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 우려'와 '미국 등의 군사훈련' 언급 없이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하는 언급만 했다.
북한의 무력 시위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표현은 뺀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관심은 미중전략 경쟁 심화 속에 북중관계가 밀월을 구가하는 현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에 당 대회 전 추가 도발 자제를 요구하고, 북한도 핵실험 또는 ICBM 시험발사는 당 대회 이후로 미루는 등으로 중국을 '배려'할지 여부에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양측간 물밑 소통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한국 국립외교원 김한권 교수는 "중국도 궁극적으로는 중국 견제로 연결되는 한미 및 미일동맹과 한미밀 지역 안보 협력 체제의 강화 명분을 미국에 주게 되는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해 우려가 깊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은 대북 제재 및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김정은 체제가 마주한 어려움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북한의 입장을 듣고, 일정 수준의 가능한 지원을 검토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를 통해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을 확인시키면서도 무력 도발에 대해서는 자제를 유도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부연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중국은 지금 미중 갈등이라는 전략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북한 미사일에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중국이 북한에 대해 미사일과 핵실험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전달했다는 점을 우리 정부에 알려왔다는 사실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17년 10월 시 주석의 집권 2기를 연 제19차 당 대회(10월 18∼24일)를 앞두고도 북한의 무력시위가 있었다.
당 대회를 약 1개월 반 앞둔 그해 9월 3일 북한은 가장 높은 강도의 도발이라 할 핵실험(6차)을 단행했고, 같은 달 15일에는 IRBM인 화성-12형을 발사했다.
당시는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첫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북중관계의 '조정기'였고, 미중관계도 지금만큼 심각하게 악화하기 전이었다. 중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 "강력 규탄한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2375호)에도 동의했다.
그 이후 당 대회까지 북한발로 추가적인 핵실험이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없었고 당 대회 다음 달인 2017년 11월 중국은 쑹타오 당시 당 대외연락부장을 북한에 보내 북중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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