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감세 정책 급유턴 전혀 부끄럽지 않아…내각 단합"
내무장관 "정책취소 실망…사실상 당원들이 쿠데타한 것"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부자감세 정책을 내놨다가 급철회하며 나라를 뒤흔들더니 이번엔 복지혜택 축소안으로 충돌하는 양상이다.
트러스 총리는 감세를 통한 경제 성장정책에 들어갈 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복지혜택을 사실상 축소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새로운 갈등을 일으켰다.
그는 4일(현지시간)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복지혜택을 물가상승률에 맞춰서 올릴 것이냐는 질문에 "살펴봐야 한다. 우리는 재정적으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10%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이 아니라 약 5%로 더 낮은 임금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복지혜택이 실질 기준으로는 감소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트러스 총리가 소속된 보수당의 의원들은 즉시 물가 급등으로 수백만명이 고통을 겪는 시기에 안될 일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23일 감세 정책을 발표했다가 파운드화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당 지지율이 급락하자 결국 3일 상위 1% 고소득자 소득세율 인하 정책을 전격 취소했다.
이에 관해 그는 이날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 정부의 나머지 경제 정책에 혼선을 주는 부분을 없애는 결정을 신속하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러스 총리는 "지도자가 피드백을 듣고 반응하는 것은 절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로서 나는 국민이 힘든 겨울과 매우 어려운 상황을 넘기도록 돕고 우리나라가 미래에 더 탄탄한 기반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 15만파운드(약 2억4천만원) 이상의 소득세율을 45%에서 40%로 낮추는 것은 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는 아니라면서도 여전히 고소득자 소득세율을 낮추고 영국을 경쟁력 있는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타임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로 내각에서 총리의 권위가 약해졌느냐는 질문에 "각료들은 정부 성장 정책을 지지하며 단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은 이날 보수당 전당대회 중 연설에서 "감세 정책이 뒤집힌 데 매우 실망했다"며 "우리 당 당원들이 사실상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먼 클라크 주택·균형발전부 장관은 자신도 부자감세 철회에 반대했다고 밝히면서 브레이버먼 장관의 편을 들었다.
한편 트러스 총리와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 간에 균열은 더 커지는 모습이다.
트러스 총리는 이날 아침 언론 인터뷰에서 재무장관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계속 거부하고 대신 둘이서 밀접하게 작업했다고만 말했다.
콰텡 장관은 이날 GB 뉴스 인터뷰에서 중기 경제전략을 예정대로 다음 달 23일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정부 관료들은 블룸버그 등에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중기 전략과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의 재정전망 발표를 앞당기겠다고 말했지만 콰텡 장관은 언론에서 메시지를 잘못 읽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에서는 감세 정책에 드는 비용 430억파운드(70조원)를 어떻게 댈 것인지 계획을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기전략 발표 일정을 뒤집을 것을 두고 영국 정부가 하루 만에 두번째 정책 유턴을 했다고 평가했다.
mercie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