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학상 차일링거, 양자통신 실험으로 밝힌 '미스터빔'

노벨물리학상 차일링거, 양자통신 실험으로 밝힌 '미스터빔'
아이작 뉴턴 메달·울프상 등 다수 수상…"연구 지원해준 모든 분께 감사"



(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수십 년간 자신의 기록을 깨 가며 실험을 거듭한 양자 정보전송의 선구자"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오스트리아의 안톤 차일링거(77) 교수가 4일(현지시간) 선정되자 그가 재직 중인 빈대학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그의 연구 생애를 이같이 소개했다.
차일링거 교수는 함께 상을 받은 알랭 아스페(75), 존 F. 클라우저(80)와 함께 양자역학의 현상 중 하나인 '양자 얽힘'이 실제 존재함을 입증해 양자통신, 양자컴퓨터 등이 탄생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자 얽힘은 양자역학에만 존재하는 특별한 물질의 상태다. 두 개 이상의 입자가 가진 상태가 서로 얽혀 있다가 두 입자가 떨어졌을 때, 한쪽 상태를 측정하면 다른 쪽의 상태가 그 순간 결정 나는 현상이다.
클라우저와 아스페가 양자 얽힘에 관한 이론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면 차일링거 교수는 양자 얽힘 현상을 실제 보여주는 '양자 순간이동' 현상을 시연했다. 이는 미래 정보통신기술의 새 장을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양자통신을 가능케 하는 실험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차일링거 교수는 특수한 결정체에 레이저를 비춰 서로 얽힌 광자 두 쌍을 만든 뒤 편광자를 통과시켰다. 이렇게 양자 상태를 한 입자가 서로 멀리 떨어진 가운데 정보가 전송되는 실험을 통해 양자통신을 실증했다.
이런 그의 실험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수십년간 거듭됐으며 기록적인 실험 횟수에 달했다고 빈대학은 전했다. 그런 실험이 끝내 성공을 거두면서 차일링거는 '미스터빔'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이론적 확실성에 대해 항상 의문을 지니고 우연한 발견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실험을 이어가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물리학계는 평가한다.
차일링거 교수는 1945년에 오스트리아 북부 도시인 리트 임 인크라이스에서 태어났다. 당시는 오스트리아 이론물리학자 볼프강 에른스트 파울리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해로, 차일링거 교수는 77년 만에 고국에 노벨상을 다시 안긴 오스트리아인이 됐다.
1979년 빈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이 대학 원자 연구소의 연구조교로 연구 경력을 시작했다. 1999년 빈대학 실험 물리학 교수가 됐고, 2013년부터는 이 대학의 명예교수로 재직해왔다. 오스트리아 과학원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2008년 영국 물리학계 최고 영예인 아이작 뉴턴 메달을 받았고, 2010년 이스라엘 울프 재단이 수여하는 울프상을 수상했다.
2017년에는 차일링거 교수의 연구에 이론적 토대가 된 '벨 부등식'을 증명한 존 스튜어트 벨의 이름을 따 제정된 존 스튜어트 벨 상을 받는 등 물리학계의 권위 있는 상을 수차례 받았다.
그는 이날 수상 소식을 접한 뒤 빈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스트리아 납세자들의 지원이 없었으면 이런 상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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