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80대 이상의 노인 중 중장년층 수준의 인지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슈퍼 에이저'(super ager)라고 한다.
'슈퍼 에이저'는 뇌 조직을 구성하는 신경세포(neuron)의 크기가 크고 알츠하이머 치매의 2대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신경세포의 비정상 단백질 타우(tau)가 보통 노인들 보다 훨씬 적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의대의 타마르 게펜 정신의학·행동과학 교수 연구팀이 사후 기증된 '슈퍼 에이저'의 뇌 조직을 다른 사람들의 뇌 조직과 비교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4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사망 전 '슈퍼 에이저' 연구 대상이었다가 사망 후 자신들의 뇌를 연구를 위해 기증하겠다고 약속한 '슈퍼 에이저' 6명의 뇌 조직을 사후 부검을 통해 얻었다.
연구팀은 이들 '슈퍼 에이저'의 뇌 조직을 ▲생존 시 인지기능이 평균 수준이었던 노인 7명 ▲생존 시 치매 초기 환자였던 5명 ▲이들보다 20~30년 젊고 건강한 사람이었던 6명이 사후 기증한 뇌 조직과 비교 분석했다.
전체적으로 '슈퍼 에이저'는 치매 초기에 맨 먼저 손상되는 뇌 부위인 내후각 피질(entorhinal cortex)의 신경세포 크기가 크고 비정상 타우 단백질이 훨씬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놀랍게도 '슈퍼 에이저'의 신경세포 크기는 일부 40대가 포함된 중장년의 신경세포보다도 더 컸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슈퍼 에이저'들은 애초부터 보통사람보다 큰 신경세포를 가지고 태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슈퍼 에이저'의 신경세포들은 비정상 타우 단백질 형성을 억제해 신경세포가 위축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알츠하이머 치매에서 가장 먼저 손상되는 뇌 부위는 기억 중추인 해마(hippocampus)와 내후각 피질이다.
우리 뇌에는 현재의 위치와 목적지로 가는 길과 방향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센터가 있는데 이 부위가 바로 내후각 뇌피질이다.
이곳은 치매로 맨 먼저 손상되는 뇌 부위 중 하나다. 치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초기 증상 중 하나가 길을 잃는 것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신경세포들 사이의 공간에 있는 표면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신경세포 안에 있는 타우 단백질이 잘못 접혀 응집(plaque)되거나 엉키면서(tangle) 신경세포를 죽이는 독성 단백질로 변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는 베타 아밀로이드의 응집과 타우 단백질 엉킴이 모두 치매를 유발하지만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은 '주범'이고 타우 단백질 엉킴은 '공범'으로 여겨져 왔다.
그래서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표적으로 하는 많은 치료물질이 개발돼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그러나 나타난 결과는 실패의 연속이다.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슈퍼 에이저'나 보통 수준의 인지기능을 가진 노인들이나 양적으로 별 차이가 없었으며 비정상 타우 단백질만 차이가 있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에 대해 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Alzheimer's Association) 클레어 섹스턴 연구실장은 이 결과가 비정상 타우 단백질이 치매의 주범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슈퍼 에이저'에 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이런 특이한 노인들이 얼마나 있는 것인지도 모르고 이들의 뇌가 나이 따라 저하되는 인지기능에 저항력을 가지는 이유도 모른다.
아마도 우수한 유전자와 건강에 좋은 생활 습관 요인들의 복합 효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과학학회(Society for Neuroscience) 학술지 '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 최신호(9월 10일 자)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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