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벽에서 최고지도자 사진 떼내고 반정부 표어 붙여
반정부 민심 노래한 가수 체포되자 온라인 시위 확산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히잡 미착용 의문사' 사건으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에 여학생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된 영상에서 여학생들은 이란 최고 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 현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을 교실 벽에서 떼어내고 반정부 시위 표어를 내걸었다.
여학생들은 두 전·현 지도자의 사진을 향해 모욕하는 손동작을 취한 사진을 SNS에 올리는 과감한 모습도 보였다.
히잡을 벗어들고 거리를 행진하거나 히잡을 불태우는 '화형식'도 벌였다. 표어인 '여성, 삶, 자유'를 외치는 영상도 쏟아졌다.
행진할 여건이 되지 않을 때는 교실 등 실내에서 시위를 벌이고 정부 단속을 피해 시위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이들보다 먼저 반정부 시위에 동참한 여학생 니카 샤카라미(17)는 지난달 행방불명됐다가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다.
니카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는 동안 여학생들이 마지막으로 시위대에 합류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반정부 민심을 노래로 엮어 온라인에 올렸다가 체포된 셔빈 하지푸르(25)를 지지하는 시위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셔빈의 노래 '바로예(Baraye)'는 이란인들이 SNS에 올린 메시지들을 가사로 넣어 제작됐다. 노래는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채널에 업로드돼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온라인으로 노래를 접한 사람들은 이를 배경음악으로 입혀 영상을 제작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해 전파하고 있다.
그래미 어워드 '사회를 바꾼 노래(social change)' 수상자로 셔빈을 추천하는 캠페인도 진행되고 있다.
이란 정부는 국영 IRNA 통신에 셔빈을 석방했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그 밖의 세부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셔빈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정부가 셔빈에게 인스타그램에 올린 노래를 삭제하라고 요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위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이란인 모두가 이 시위에 대항해야 하며, 이 시위는 외국 활동가가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국민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으며 강경파 일간지조차도 정부가 자신들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16일 히잡을 쓰지 않아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22)가 의문사하면서 촉발됐다. 가디언은 이번 시위가 지난 시위들과 달리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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