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민사회 42명 인터뷰로 보고서 발간…"홍콩 자치 훼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 의회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홍콩이 국가보안법 시행 2년여 만에 공포의 도시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CECC는 지난 3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 '홍콩의 시민사회: 열린 도시에서 공포의 도시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며 한때 역동적이었던 홍콩의 시민사회가 국가보안법으로 어떻게 해체됐는지 소개했다.
보고서는 변호사, 교육자, 노조원, 입법회 의원, 기자, 성직자 등 홍콩 시민사회 전·현직 구성원 42명을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작성됐으며, 이에 대해 "구술 역사와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터뷰에 나선 절반 이상이 국가보안법을 의식해 익명으로 응하거나 이름의 일부만 밝혔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시행 후 당국의 직접적 탄압뿐만 아니라 자기 검열과 자기 규제가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치화된 법원이 시위 관련 사건에 대해 중형을 선고할 것임은 거의 예견된 결론이라고 입을 모았다.
2020년 6월 30일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2019년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로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6개월 넘게 이어진 것에 놀란 중국 정부가 직접 해당 법을 제정해 홍콩에서 시행했다.
홍콩 경찰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1만명 이상을 체포했다. 또 국가보안법 시행 후 올해 6월 말까지 200여명이 체포돼 이 가운데 120여명이 기소됐다.
그 사이 '빈과일보', '입장신문' 등 언론사와 최대 노동단체인 홍콩직공회연맹, 최대 교원노조 홍콩직업교사노조, 톈안먼 민주화시위 추모단체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 등 50여개 단체가 해산했다.
일본 메이지대 패트릭 푼 방문교수는 보고서에서 "홍콩국가보안법은 시민사회 단체를 위한 정치적 공간의 종식을 의미한다"며 "중국 공산당은 자신들이 홍콩에서 외세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여기며 홍콩의 시민사회를 붕괴시켜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홍콩의 한 교수는 "홍콩은 열린 사회에서 사람들이 공포에 사로잡힌 사회로 바뀌었고 그러한 공포가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CECC는 지난 7월에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홍콩의 법무부와 정치 검사들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CECC는 서한에서 "일방적인 국가보안법 제정은 홍콩의 고도의 자치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보석 허가에 유죄 추정 원칙을 적용하고 정치적으로 선택된 판사들이 재판하고, 고문 등 지독한 인권 탄압이 흔히 일어나는 중국 본토로 피고를 인도할 가능성을 포함해 피고의 방어권을 박탈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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