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증명 보내 '대금 미지급' 업체 두둔…내부 회의 결과 '오류' 드러나
대행사 배제하고 감사 종결해 논란…한인상공회장, 진상 규명 촉구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한국의 대표적인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베트남 특별입국' 대금 연체 사태와 관련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대한상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대행업체를 사실상 두둔하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취했다.
하지만 최근 열린 관계자 회의에서 기존 입장이 번복되면서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6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대한상의는 이번 사태의 피해업체인 베트남의 SHV(Samsung Hospitality Vietnam)가 채무 변제를 요구하며 보낸 내용증명에 대한 회신에서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한국 내 대행사 투어페이스의 편을 들었다.
상의는 우선 SHV를 겨냥해 "베트남 현지 부가세에 관한 사전 지식과 경험이 있었음에도 이러한 쟁점 사항을 계약에 제대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채무자인 투어페이스의 부가세 지급 불가 의견을 존중하는 선에서 분쟁을 원만히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내용증명은 특별입국을 주관한 국제통상본부가 K 법무법인에 의뢰해 지난 8월에 보낸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한상의 본부에서 열린 관계자 회의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투어페이스가 주장한 부가세 이슈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26일 열린 회의에서 SHV 측은 투어페이스가 고객들로부터 부가세를 붙여서 대금을 수취하고도 지급을 미루고 있다면서 제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이날 회의를 주재한 임원급 인사는 투어페이스 측의 주장이 대금 미지급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자리를 떴다.
요컨대 대한상의가 향후 소송 절차에 대비하기 위해 발송한 법적 문서에 담긴 주장을 뒤집는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이에 따라 특별입국을 담당한 국제통상본부가 로펌까지 고용해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피해업체에 보내게 된 과정 및 배경을 놓고 내부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상의 관계자는 "회의 결과는 상의 최고경영진에도 보고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한상의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내부 감사를 제대로 했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대한상의는 베트남 특별입국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올해 3월말 내부 감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정작 피해업체인 SHV 측으로부터 진술을 듣거나 관련 자료를 요구하지도 않은 채 전혀 문제가 없다고 종결지었다.
대한상의는 재작년 3월 베트남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외국인 입국을 원천 차단하자 4천여명을 대상으로 특별입국을 진행했다.
상의는 서울의 소규모 업체인 투어페이스와 베트남 현지의 SHV를 대행사로 두고 특별입국을 주관해왔다.
이중 투어페이스는 한국에서 고객들로부터 입국 비용 전액을 수취했다.
그러나 투어페이스가 SHV측에 보내야할 54만달러(7억원) 상당의 대금이 1년 6개월 가량 지급이 연체되면서 채무 변제를 요구하는 내용증명까지 오가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한편 주베트남한국상공인연합회(코참)의 김한용 회장은 상의가 주관한 특별입국 대금 수취 구조 및 대행사 선정 등과 관련해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사태의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코참은 삼성전자와 SK 등 현지에 진출한 대기업들과 코트라 등 공공기관을 포함해 총 1천여개의 회원사를 두고 있는 베트남 최대 한인 경제단체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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