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코로나후 최대폭' 日 200만배럴 감산…美, '근시안' 비판(종합2보)

입력 2022-10-06 12:20   수정 2022-10-06 13:34

OPEC+ '코로나후 최대폭' 日 200만배럴 감산…美, '근시안' 비판(종합2보)
"경기침체 등 시장 불확실성 커져"…유가 3주 내 최고치로 상승
미, 중간선거 앞두고 물가 부담…러, 전쟁자금 확보·OPEC+ 연대로 이득


(테헤란·서울=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김지연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오는 11월부터 원유 생산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산유국들에 증산을 촉구해 온 백악관은 즉각 '근시안적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감산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물가 급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난을 겪는 세계경제에 추가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OPEC+는 5일(현지시간) 월례 장관급 회의 후 낸 성명에서 다음 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대 감산 폭이다.
이로써 OPEC+ 산유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4천185만 배럴로 줄게 된다.
OPEC+는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감산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의는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OPEC 본부에서 대면 형식으로 열렸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23개국으로 구성된 OPEC+가 대면 회의를 연 것은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었다.
이날 회의 전에 OPEC+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는 경기 침체 우려 등을 이유로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권고한 바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OPEC+가 하루 200만 배럴 감산을 결정했으나, 상당수 회원국이 현재 생산 기준치에 못 미치는 원유를 생산하고 있기에 실제 감산량은 하루 90만 배럴 수준일 것이라고 추산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번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이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24달러(1.43%) 오른 배럴당 87.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9월 14일 이후 최고치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한때 최근 3주간 최고치인 배럴당 93.99달러까지 올랐다.
앞서 OPEC+는 지난 회의에서 10월 하루 10만 배럴 감산에 합의한 바 있다.
산유국들은 경기 침체 우려로 원유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회의에 앞서 미국은 원유 감산을 강행하지 않도록 산유국에 압박을 가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유가 상승은 다음 달 8일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주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때 고공 행진하던 유가가 안정세를 되찾은 점을 주요 업적의 하나로 자평해온 만큼, 휘발유 가격이 다시 오르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에너지 리서치업체 뤼스타드 에너지의 미주 책임자인 클라우디오 갈림베르티는 "미국 내 석유 가격은 여러 요인에 따라 다르지만 상당 지역에서 10%가량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악관은 바로 비판에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성명을 내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각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벌인 우크라이나 침공의 여파에 고전하는 상황에서 나온 OPEC+의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의 국제 공급을 유지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이번 결정은 높아진 에너지 가격으로 고통받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 가장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리번 위원장은 "바이든 정부는 OPEC의 에너지 가격 통제를 축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수단과 권한에 대해서 의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이 언급을 놓고 백악관이 지난 5월 상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한 '석유생산수출카르텔금지'(NOPEC) 법안을 지지할 가능성을 뜻하는 것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면 미 법무부는 OPEC+ 국가들에 대해서도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OPEC+의 감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유가가 오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데 도움이 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는 유럽의 결의가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래피던 에너지그룹의 에너지 분석가 밥 맥낼리는 감산 발표 전 "대규모 감산은 결국 모스크바에 이득이 될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의 석유 제재를 앞두고 다른 OPEC+ 국가들로부터 연대의 뜻을 암시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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