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전 발굴 뒤 이어진 계통발생 위치 논란에 종지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약 100여년 전 스코틀랜드 북동부에서 발굴된 트라이아스기의 작은 파충류 화석이 하늘을 지배했던 익룡의 날개 없는 초기 근연종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스클레로모클루스 타일로리'(Scleromochlus taylori)라는 학명이 부여된 이 화석은 익룡에 가까운 것으로 제시됐지만 화석 보존 상태가 양호하지 않아 계통 발생 위치를 놓고 익룡인지, 공룡인지 논란이 이어져 왔다.
영국 버밍엄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 고생물학자 다비데 포파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마이크로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통해 스클레로모클루스의 전체적인 뼈 구조를 처음으로 정확하게 확인해 익룡 근연종으로 밝혀낸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스클레로모클루스가 익룡의 근연종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해부학적 구조를 내놓으며, 약 2천4천만∼2억1천만년 전에 서식한 고양이 크기의 멸종 파충류인 '라게르페티드'(lagerpetid)와 익룡으로 구성된 '프테로사우로모르파'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제시했다.
연구팀은 스클레로모클루스는 해부학적으로 익룡보다는 라게르페티드에 더 가까운 것으로 밝혔다.
스클레로모클루스는 꼬리 길이까지 합해도 채 20㎝가 안 된다. 작은 몸통과 상대적으로 큰 머리, 가는 다리, 긴 꼬리 등을 갖고 있고 두 발로 걸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스클레로모클루스 화석은 1907년 스코틀랜드 북동부 모레이셔의 엘진 마을 인근에서 사암(沙岩)에 둘러싸인 형태로 모두 7개가 발굴됐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사암 내 뼈가 사라지면서 만든 공간에 밀랍이나 고무를 넣어 본을 떠 연구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것만으로는 미세한 부분을 확인할 수 없어 논쟁이 지속하는 원인이 돼왔다.
포파 박사팀은 최첨단 마이크로 CT 스캐너로 사암 화석을 촬영한 뒤 디지털 3차원 영상을 만들어 해부학적 구조를 세부적으로 확인했다.
스클레로모클루스가 익룡의 초기 근연종이 맞는다면 해부학적으로 익룡의 조상이 나무에 서식하며 활강이나 점핑 등을 통해 하늘을 날게 됐을 것이라는 기존 가설은 흔들리게 된다. 오히려 두 발로 땅 위를 빠르게 달리며 도움닫기 하는 방식으로 하늘을 날게 됐다는 가설에 더 무게가 실리게 된다.
논문 공동저자인 버지니아공대의 스털링 네스비트 교수는 "익룡은 동력비행을 한 최초의 척추동물이지만 지난 2세기 가까이 근연종을 알지 못했다"면서 "작은 근연종의 발견으로 진화사의 공백을 메우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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