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9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목표 아래 향후 5년 정책 제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16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표 정책인 '공동부유(共同富裕)와 '인류운명공동체'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8월 30일 열린 중국 공산당 정치국 회의는 당 대회의 주요 의제로 '전체 인민 공동부유의 내실 있는 추진'과 '인류운명공동체 건설 적극적 추동' 등이 다뤄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당 대회에서는 이들 화두와 관련해 향후 5년간의 청사진을 제시할 예정이다.
◇ 경제 둔화 속 드러날 공동부유의 실체는
공산당 중앙당교의 한바오장 경제학부 주임은 지난달 28일 공동부유가 당대회에서 핵심 전략 목표로서 더욱 힘을 받을 것이며 당 지도부가 공동부유 추진을 위한 더욱 명확하고 구체화 된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부유는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제창한 선부론(先富論·일부가 먼저 부유해진 뒤 이를 확산한다)의 한계를 넘어 경제 발전의 수혜를 전 국민이 공유하자는 취지다.
한 주임은 "중국은 다양한 사회경제적 격차를 좁히는 데 더욱 중점을 둘 것"이라며 "이는 우리의 중요한 정책 목표이자 전략 목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의 경제사상을 뜻하는 '시노믹스'(Xinomics)는 수출 주도형 경제 체제를 개선하고 내수를 확대해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삼는 '쌍순환' 전략을 바탕으로, 도농 발전 격차와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공동부유 전략을 핵심으로 한다.
시 주석은 이를 통해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국민소득을 2020년 대비 두 배로 늘려 미국을 추월하고 세계 최대 경제국에 오른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공동부유를 놓고 중국 안팎의 우려 시선이 크다.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1일 연간 분석 보고서에서 중국은 현재 이념이 경제를 압도하면서 예전의 매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지도부를 향해 변덕스러운 정책 변경을 피하고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의사 결정에서 이념보다는 실용성을 추구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 당국이 공동부유 기치 아래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와 사교육 분야 등에 대해 돌연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면서 민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해외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든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런 우려와 관련해 중앙당교 한 주임은 "공동부유는 가난한 이를 돕기 위해 부자를 죽이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회가 발전하길 바란다면 차이는 필요하고 차이가 존재할 때만이 동기와 동력을 얻을 수 있다"며 "꾸준히 케이크를 크게 만들겠다는 동기를 키우는 것만이 미래 공동 부유를 위한 실질적인 물질적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대회를 앞두고 공동부유 기조에 변함이 없다는 신호가 잇달아 발신되고 있지만 '제로 코로나' 정책, 세계 경제 둔화, 부동산 시장 위축과 내수 약화, 부채 등으로 중국 경제가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은 딜레마다.
세계은행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30여 년 만에 역내 개발도상국 평균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당장은 식어가는 성장 엔진을 되살려내 공동부유를 위한 케이크를 크게 만드는 게 중국 당국의 당면한 과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공동부유를 적극 전개하기 가장 어려운 시기에 열리는 이번 당 대회에서 공동부유 추진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할 업무보고에 공동부유의 청사진을 기대할 자국 서민들과 공동부유를 '홍색(사회주의) 경제정책'의 프레임에서 바라볼 외국 자본을 두루 의식한 절충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작년 말 중앙경제공작회의 때의 메시지처럼 '케이크를 크고 좋게 만든 뒤 잘 나누어 분배'한다는 식의 선성장-후분배 메시지와 함께, 공동부유가 중장기적 비전임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 인류운명공동체 비전, 서구 중심 세계질서에 대항
시 주석은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회담에서 "인류는 하나의 지구촌에 생활하고 운명은 서로 긴밀히 연결됐다"며 "각종 긴박한 글로벌 도전에 대응하면서 단결과 협력을 강화하고, 함께 새 시대의 '노아 방주'에 타야 인류의 미래는 더욱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인류운명공동체' 건설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인류운명공동체는 시 주석의 핵심 사상으로 '진정한 다자주의' 실천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고 중국 당국은 강조한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2일 사설에서 "중국은 언제나 진정한 다자주의의 이행을 옹호하고 국제 관계의 민주화를 추진해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인민일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겉으로는 다자주의의 깃발을 들고 실제로는 '소집단'과 집단정치를 일삼으며 이데올로기로 편을 갈라 중국을 봉쇄하려 한다"면서 "이는 영락없는 가짜 다자주의"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결국 인류운명공동체는 중국이 미국 중심의 기존 세계 질서에 대항해 구축하려는 '새로운 세계관'인 셈이다.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두 개의 축이 '글로벌안보이니셔티브'(GSI)와 '글로벌발전이니셔티브(GDI)'다.
GSI는 시 주석이 지난 4월 자국에서 열린 보아오(博鰲) 포럼 화상 연설에서 제안한 것으로, 주권 존중과 영토 보전, 내정불간섭, 각국의 합리적 안보 우려 존중, 냉전 사고 및 일방주의 반대, 안보 불가분 원칙 견지 등을 내용으로 한다.
GDI는 시 주석이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영상 연설에서 제기한 것으로 '발전 우선', '인민 중심', '호혜와 포용·혁신 견지', '인류와 자연의 공생' 등이 주요 내용이다.
미국이 자유·민주주의 등 이념과 가치를 고리로 동맹국들을 규합해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는데 맞서 개도국의 핵심 화두인 '발전'을 중심에 올려놓은 것이다.
인류운명공동체론을 실제 프로젝트로 구현한 것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라고 할 수 있다.
일대일로 사업은 시 주석이 2013년부터 추진한 대회 경제 전략으로 저개발국의 광산과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에 주로 자금을 지원했다.
다만, 중국이 1조 달러에 가까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저개발국에 '채무의 덫'을 채웠다는 비난에 직면한 데다 사업 부실로 투자금 회수마저 어려워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중국 내에서조차 일대일로 사업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으며, 위험 부담을 줄이려면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고 전했다.
국내외 경제 둔화, 서방과의 긴장 고조 등 악재와 난제 속에 중국의 '적극적 인류운명공동체 건설' 비전이 이번 당 대회에서 어떻게 제시될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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