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민단체, 조선인 강제동원 홋카이도 사료관 재건 추진

입력 2022-10-06 18:11   수정 2022-10-06 18:21

일본 시민단체, 조선인 강제동원 홋카이도 사료관 재건 추진
"살해당한 조선인 남성" 문구 적힌 무연고 희생자 위패도 전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제 강점기 조선인이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댐 건설 등에 동원됐다가 희생된 역사를 알리는 자료관 재건이 추진되고 있다.
일본 시민들로 구성된 '사사노보효(笹の墓標) 전시관 재생 실행위원회'는 폭설로 망가진 사사노보효 전시관(이하 전시관) 등을 다시 만들기 위한 모금을 겸해 조선인 강제 동원의 역사를 알리는 전국 순회 전시회를 올해 6월부터 개최하고 있다.
전시관은 홋카이도 호로카나이초(幌加內町)의 사찰이던 '고켄지'(光顯寺)를 개조해 1995년 개관했다.
조선인과 일본인 등 댐 건설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의 위패와 유품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2020년 1월 폭설로 무너져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전시관 곁에 있던 방문자 교류 시설마저 작년 12월 화재로 잿더미가 됐다.
식민지 지배와 전쟁이 낳은 참혹한 결과를 알리는 상징적 공간을 재건하기 위해 시민 단체가 나선 것이다.
도쿄 순회전 이틀째인 6일 전시장인 쓰키지혼간지(築地本願寺)에는 가해의 역사를 기억하고 후세에 알리겠다는 의지를 지닌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선인 희생자의 위패, 이름이 적힌 목재 유골함, 홋카이도의 매장지에서 나온 부장품이 등이 전시됐다.


위패는 1976년 9월 지역 사찰인 고켄지와 호센지(法宣寺) 등에서 발견됐다.
이 가운데 일본에 연고자가 없는 조선인 3명을 위한 한 위패에는 "살해당한 조선인 남성의 영혼"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한일 양국 젊은이들이 1997년 홋카이도에서 시도한 조선인 강제 동원 희생자 유골 발굴 작업이나 2015년 한국으로의 유골 반환 행사 장면을 담은 사진도 방문객의 눈길을 끌었다.
전시관을 찾은 시민들은 전시관 재건 추진 등에 관해 "잘못을 두 번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잊어서는 안 된다. 감춰서도 안 된다", "홋카이도에도 이런 강제노동이 있었던 것을 몰랐다. 많은 시민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글로 남겼다.


야노 히데키(矢野秀喜) 사사노보효 전시관 도쿄순회전 실행위원은 "전시관과 교류 시설 재건을 위해 6천만엔(약 5억8천만원)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 4천500만엔 정도를 모았다"며 "목표액을 달성해야 공사를 시작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시회 및 전시관 재건에 관한 문의 사항은 이메일(sasanobohyo.tokyo@gmail.com)로 받고 있으며, 한글 문의에도 대응이 가능하다고 야노 위원은 덧붙였다.
실행위원회에 따르면 전시관 인근 지역에서 추진된 철도 건설(1935년 개시) 및 댐 건설(1938년 개시)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은 조선인과 일본인을 합해 200명이 넘는 것으로 판명됐지만 정확한 숫자는 밝혀지지 않았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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