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혐의 전직 경찰, 어린이·임신부 교사 등 무참히 죽여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범인이 발로 문을 부수고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와 흉기로 아이들을 …"
6일(현지시간) 태국에서 마약에 빠진 전직 경찰이 일으킨 최악의 참극 현장에서 살아남은 난티차 뿐춤 원장 대행은 끔찍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그는 "어린이집 밖에서 직원들이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범인이 픽업트럭을 세우더니 갑자기 4명을 총으로 쏴 죽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생존 교사는 "살려달라고 빌었지만 탄창에 총알이 떨어진 순간에야 겨우 달아날 수 있었다"며 어린이집 여러 방에서 자고 있던 2~4살 아이들을 모두 구할 수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약 40명이 숨진 이날 사건은 2살 난 갓난아기를 포함해 희생자 대부분 어린이인데다 범행 방식도 잔혹해 더 큰 충격을 전하고 있다.
현지 매체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용의자 빤야 캄랍(34)은 이날 낮 12시 50분께 방콕에서 북동쪽으로 약 500㎞ 떨어진 농부아람푸주 나끌랑 지역의 2~5세 아이들을 돌보는 어린이집에 들이닥쳤다.
그는 산탄총, 권총, 칼로 무장하고 어린이집에 나타나 교사들에게 총을 쐈다. 직원이 문을 잠갔지만, 문을 부수고 어린이집에 들어가서는 칼까지 휘둘렀다. 용의자는 극악무도한 살인마처럼 어린이들까지 무자비하게 공격했다.
경찰 대변인 빠이산 르솜분은 "용의자는 오전에 법정에 다녀와 자신의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다"며 "그러나 그곳에 아이는 없었고, 그는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당시 어린이집에는 약 30명의 어린이가 있었다. 최근 발생한 홍수에 집에 머문 어린이가 많아 평소보다는 적은 인원이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 찌다빠 분솜은 "점심시간이었다. 범인은 먼저 어린이집 근무자들에게 총 4~5발을 쐈다"며 "처음에는 불꽃인 줄 알았으나 총을 쏜다는 것을 알고 우리는 혼비백산해 도망쳐 숨었고, 결국 많은 아이들이 죽었다"고 했다.
용의자는 어린이들이 자고 있던 잠긴 방에 강제로 들어갔다. 찌다빠도 용의자가 그곳의 아이들을 칼로 찔러 죽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신 8개월 차인 교사도 그곳에서 살해됐다. 아이를 안은 채로 사망한 교사도 있었다.
이날 사건 현장이라고 알려진 소셜미디어(SNS) 영상에는 피범벅이 된 어린이집의 처참한 모습이 보인다. 피가 흥건하게 고인 바닥에 누운 아이들의 시신을 천으로 덮어놓은 비극적인 광경이다.
어린이집에서 도주한 용의자는 차를 몰고 집으로 가 아내와 아이까지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도주 중에도 행인들에게 무작위로 발포해 여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용의자가 올해 초 마약 남용으로 해고됐으며 이번 사건 당시에도 마약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법원에 출석한 것도 마약 관련 혐의 재판 때문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어린이집에 갔는데 아이가 없자 더 스트레스를 받아 총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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