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동료들 "침략·독재에 저항" 다짐

입력 2022-10-07 22:57  

노벨평화상 수상자·동료들 "침략·독재에 저항" 다짐
"푸틴 재판 회부해야" 주장도…서방 지도자들도 한목소리 응원
러·벨라루스는 별다른 반응 없어…"노벨이 무덤에서 돌아누울 것" 비난


(제네바·로마·이스탄불) 안희 신창용 조성흠 특파원 = 침략과 독재에 저항해온 공로로 7일(현지시간)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러시아, 우크라이나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벨라루스 인사의 동료들은 평화와 시민의 권리 증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공동 수상자인 우크라이나 시민자유센터(CCL)는 페이스북에 "국제사회의 지원에 감사드린다"면서 "그것(노벨평화상 수상)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썼다.
올렉산드라 마트비추크 CCL 대표는 "수십만 명의 전쟁범죄 희생자가 정의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국제재판소를 세워야 한다"며 "푸틴과 루카셴코(벨라루스 대통령) 및 다른 전범을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민은 우리가 침략 없이 존재할 수 있어야 하는 바로 그 평화의 주요 설계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트위터에 "노벨위원회는 '평화'라는 단어를 흥미롭게 해석하고 있다"며 "어떻게 세 번째 수상자(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두 나라(러시아·벨라루스)의 대표가 노벨상을 함께 받을 수 있느냐"고 볼멘소리를 냈다.
포돌랴크 보좌관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어떤 단체도 전쟁에 대한 저항을 조직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동 수상자인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은 "단체의 인권 활동과 함께 러시아에서 말할 수 없는 공격과 보복으로 고통받는 동료들에 대한 인정"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독일 지부에서 활동 중인 메모리알 이사회 멤버 안케 기센은 이날 로이터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이번 상은 러시아에 의한 국제 메모리알의 강제 해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동료들이 새로운 곳에서 활동을 계속하도록 지원하려는 우리의 결의를 북돋운다"며 이같이 말했다.
메모리알 산하 조직인 인권센터 메모리알은 SNS를 통해 "전 세계가 우리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하는 지금도 모스크바 법원에선 메모리알 자산 압류를 위한 심리가 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메모리알은 외국대행기관 표시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지난 2월 말 최종 해산 판결을 받았다.

벨라루스 야권은 자국 인권 활동가 알레스 비알리아츠키(60)가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독재와 전쟁에 반대하는 수상자가 나온 것은 좋은 소식"이라고 환영했다.
벨라루스의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40)를 중심으로 조직된 정치조직인 '연합과도내각'은 이날 성명에서 "불행히도 비알리아츠키는 수감 중이어서 오슬로에서 수상 연설을 못 하지만 그와 가족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티하놉스카야의 대변인은 "비알리아츠키는 조국의 민주주의와 평화 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면서 "비인간적 환경 속에 갇혀 있는 그의 수상 소식이 수천 명의 또 다른 수감자들이 석방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야권 인사인 파벨 라투슈코는 "이번 상은 비알리아츠키만을 위한 상이 아니라 벨라루스의 모든 정치범을 위한 것"이라며 "이번 상이 우리 모두의 투쟁에 동기 부여가 될 것이다. 루카셴코의 독재와의 싸움에서 우리가 승리하리란 걸 확신한다"고 말했다.
서방 주요 지도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이들의 투쟁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노벨위원회는 독재에 맞서는 이들의 탁월한 용기를 알아보았다"며 "그들은 민주주의를 위한 싸움에서 시민사회의 진정한 힘을 보여줬다"고 수상자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들(수상자들)은 평화조성자로서 프랑스의 지원에 의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며 독일 정부는 "그들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인권 및 시민적 자유에 대단한 헌신을 보여줬다"고 칭송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아나톨리 그라즈 벨라루스 외무부 대변인은 트위터에 "최근 수년간 노벨위원회가 내린 결정은 너무나 정치적이어서 (노벨상 창설자인) 알프레드 노벨이 무덤에서 돌아누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cwhy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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