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IRA 문제 지적하며 "다수당 되는 첫날 폐기"…보조금 문제 지적도
민주, 연일 IRA 홍보…중간선거 이후엔 개정 검토할 여유 생길 수도
정치권·유권자 모두 北에 '노관심'…공화당 이기면 인권문제 부각할 듯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의회 권력의 지형을 결정하는 11월 중간선거는 한미 간 최대 경제 현안인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의 소지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 가능성에 대해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발효된 이 법으로 현재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만 최대 7천500달러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전기차를 전량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현대자동차는 수혜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이런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미국 행정부와 여러 단위에서 협의하고 있지만, 이 법을 만들었고 개정할 권한이 있는 의회의 협조 없이는 해법 마련에 한계가 있다.
민주당은 자신들의 주요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입법됐고, 아직 잉크도 마르지 않은 이 법에 대해 손댈 의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반면에 외교가와 산업계 등에서는 이 법을 반대해온 공화당이 의회 권력을 잡으면 법 자체를 폐기하거나 개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화당은 IRA의 기후변화 대응과 의료보장 확충, 대기업 증세 등에 비판적이며 실제로 이 법의 상·하원 표결에서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IRA에 포함된 국세청(IRS) 예산 800억 달러가 세무조사에 나설 직원 8만7천명을 고용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는 첫날 IRS 예산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원 세입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케빈 브래디 의원 등은 IRA의 약 가격 조항 폐지를 내년 의회에서 처리할 우선순위로 꼽기도 했다.
전기차 보조금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공화당 중진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지난 6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세미나에서 "(이 법은) 한국에 있는 우리 친구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한 대 때린 것"이라며 "올해나 내년에 법 일부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공화당이 IRA 개정을 시도하더라도 전기차 보조금을 한국에 유리하게 바꿀 것으로 예단하기는 이르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는 상당수 대중의 지지를 받는 정책이고 공화당 내에도 미국 전기차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런 보조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런데도 일단 의회에서 법 개정 논의가 시작된다면 개정 대상을 전기차 보조금까지 확대할 수 있고, 이 경우 한국 정부와 업계가 의원들을 접촉해 한국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설득할 공간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유지하면 의회가 IRA 개정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IRA를 주요 입법성과로 연일 홍보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일 민주당전국위원회 행사에서 선거에서 이겨야 할 이유로 "공화당은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IRA 폐기라고 했다. 그들은 완전히 폐기하고 싶어한다"고 주장하며 민주당에 지지를 호소했다.
다만 민주당이 안정적인 우위를 점하면 법의 문제점 등을 다시 차분히 들여다볼 여유를 가질 수도 있다.
IRA의 보조금 지급 요건은 사실 미국기업도 충족하기 어려워 미국 산업계에서도 일부 보완이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가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조지아주의 라파엘 워녹 상원의원(민주)은 현대차 공장이 가동되는 2026년까지 보조금 지급 조항을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했으며, 한국계인 앤디 김 의원도 법안 제출을 "좋은 시작"이라고 평가하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든 지금부터 양당 주요 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하는 게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전기차 보조금 문제는 미국 정치에서 비롯된 문제라 내년도 새 회기에서는 달라진 의회 분위기에서 얼마든지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여한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위원은 "IRA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미국 의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문제의 해법이 다소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복수 시나리오를 가지고 중간선거 이후 선거 결과에 따라 최대한 빨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북한 문제는 별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원래 외교 현안이 중간선거에 큰 관심을 끄는 경우가 많지 않은 데다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과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정치권도 유권자도 북핵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몬머스대가 지난달 21∼25일 성인 8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정부가 우선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플레이션(82%)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다음은 범죄(72%), 선거·투표제도(70%), 일자리·실업(68%), 이민(67%), 인프라(57%), 낙태(56%) 등으로 북한뿐 아니라 미국이 외교력을 집중하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4년 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첫 정상회담을 외교 성과로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며 11월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2차 북미정상회담을 할지가 주요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다만 최근 북한이 도발 수위를 키우고 있어 중간선거 전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외교문제가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거 결과와 관련해서는 전통적으로 북한에 더 강경한 목소리를 내온 공화당이 다수당이 되면 의회에서 북한 인권 문제 등을 더 강하게 제기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에 대응을 요구할 수도 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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