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반도체 혹한기'…삼성전자, 파운드리로 활로 뚫는다

입력 2022-10-09 06:11  

현실이 된 '반도체 혹한기'…삼성전자, 파운드리로 활로 뚫는다
메모리 업황 부진 속 승부수…점유율 1위 TSMC 앞설 로드맵 가동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반도체의 겨울'이 현실로 닥쳐오면서 삼성전자[005930]가 혹한기를 이겨낼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에 따라 실적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부진 여파는 올해 3분기 '어닝 쇼크'로 이어졌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마주한 위기를 넘기 위해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를 적극 육성하고, 차세대 기술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다.

◇ 메모리 업황 따라 실적 '들쭉날쭉'
지난 7일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됐다. 영업이익은 10조8천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무려 31.73%나 뒷걸음질 쳤고, 직전분기보다도 23.4% 줄었다.
사업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실적 버팀목이던 반도체가 수요 위축에 맥을 못 췄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을 6조원대로 추정했다.
DS 부문이 2분기 영업이익 9조9천80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0% 이상 급감한 것이다.
증권가에선 특히 메모리 사업부의 3분기 영업이익을 5조5천억원 안팎으로 파악했다.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90% 이상을 메모리에 의존한 셈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 실적의 든든한 원천이지만, 그만큼 의존도가 높아 업황이 나빠지면 실적도 덩달아 부진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삼성전자는 메모리 호황기였던 2017∼2018년 2년 연속으로 연간 매출·영업이익·당기순이익 3개 지표에서 최대치를 경신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지만, 메모리 하락국면으로 접어든 2019년에는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나기도 했다.



◇ 파운드리 수요 탄탄…불황에도 견조한 성장세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돌파구로 선택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발표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했고, 올해 6월에는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1위인 대만 TSMC를 제치고 세계 최초로 3나노(1㎚는 10억분의 1m) 공정 양산에 돌입했다.
시장 점유율에서는 TSMC에 한참 못 미치지만, 기술력만큼은 TSMC를 앞서나가기 위한 로드맵도 가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을 도입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TSMC도 1.4나노 공정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양산 로드맵을 발표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또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 속에서도 파운드리는 비교적 수요가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삼성전자 파운드리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매 분기 실적발표에서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첨단 공정 수율이 정상궤도에 오르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에도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선단 공정 수요가 괜찮았고 환율 영향도 긍정적이어서 선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외신에 따르면 파운드리 1위 TSMC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48%나 증가한 6천130억 대만달러(약 27조3천억원)로 집계됐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 속에서도 파운드리의 견고한 성장세를 입증한 셈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올해 986억달러에서 2025년 1천456억달러로 연평균 13.4% 성장할 예정이다.



◇ 메모리 초격차 유지…과감한 투자로 기술 경쟁력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도 초격차 기술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행사에서 5세대 10나노급 D램을 내년 양산하고, 2024년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특히 이 자리에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메모리 감산 계획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감산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쟁 업체인 마이크론 등이 설비 투자 축소·감산에 나서기로 한 가운데 한 부사장의 발언은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경기 침체에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을 위한 반도체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꾸준한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장 경계현 사장도 반도체 경기 사이클과 관계없이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 사장은 지난달 7일 평택 캠퍼스 미디어 투어에서 "반도체 사업이 안 좋다. 올해 하반기도 좋지 않을 것 같고, 내년에도 좋아질 모멘텀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 사장은 "경기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한 것이 호황기에는 안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며 "시장의 업앤다운(Up & Down)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꾸준한 투자가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kih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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