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파키스탄 카드'로 인도 압박하나…'친러 행보' 견제?

입력 2022-10-08 13:32  

미국, '파키스탄 카드'로 인도 압박하나…'친러 행보' 견제?
카슈미르·F-16 등 미묘한 이슈 잇따라 제기…인도는 반발
'경제난' 파키스탄도 대미 관계 개선에 적극적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중국 견제를 위해 공동 전선을 구축했던 미국과 인도 사이에 최근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인도가 미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와 잡은 손을 놓지 않은 가운데 '인도의 앙숙'인 파키스탄과 미국의 관계가 최근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이 '파키스탄 카드'를 이용해 다루기 까다로운 인도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아린담 바그치 인도 외교부 대변인의 언론 브리핑에서는 주목할 만한 장면이 있었다.
바그치 대변인은 도널드 블롬 파키스탄 주재 미국 대사의 최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 방문에 대해 "우리의 이의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했다.
인도의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 대사가 분쟁지를 방문해 파키스탄 관리들을 만난 점이나 이에 대해 인도 정부가 공개적으로 비난조의 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여겨진다.
카슈미르는 현재 인도, 파키스탄, 중국 등이 각각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인도는 이 지역 전체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인도와 미국 간 '불협화음'이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이 파키스탄 공군 F-16 전투기 약 85대에 대해 업그레이드 지원을 해주기로 하자 인도가 발끈한 것이다.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파키스탄과의) 이런 관계와 이를 통해 얻을 장점에 대해 미국은 되돌아봐야 한다"고 공격적으로 지적했다.
라지나트 싱 인도 국방부 장관도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에게 이와 관련한 인도 측의 우려를 전달했다.
파키스탄은 냉전 시대 친미 노선을 걸었으며 당시 미국은 군사,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막대한 지원을 해줬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에는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을 통해 중국과 훨씬 가까워지며 미국과 소원해졌다.
이와 별도로 미국은 지난달 말 이란산 석유 수입 혐의로 한 인도 기업을 제재하기도 했다.
미국이 이런 이유로 인도 기업을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인도 일간 더힌두는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를 펼쳤던 인도는 중국 견제를 위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의 일원이 됐지만, 러시아와도 여전히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는 과거 냉전 시대부터 미국보다 러시아와 더 가까이 지냈으며 무기의 상당 부분도 러시아로부터 들여왔다.
이 때문에 인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도 규탄과 제재에 나선 서방과 달리 상당히 미지근한 태도를 보여왔다.
오히려 러시아산 원유 등을 적극적으로 수입하며 러시아의 자금줄에 숨통을 틔워주는 역할까지 했다.
미국은 인도의 이런 행보에 못마땅해하면서도 중국 견제 공조 전선 붕괴 우려로 이렇다 할 압박에 나서지 못하다가 최근 잇따라 간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이런 가운데 파키스탄도 노골적 친중 노선에서 벗어나 미국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최악의 경제난이 덮친 상황이라 미국의 입김이 강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파키스탄 정부는 친중 성향이 강했던 임란 칸 총리가 지난 4월 의회 불신임으로 물러난 때를 전후해 미국에 잇따라 '구애 메시지'를 보냈다.
군부 최고 지도자로 파키스탄 정계를 사실상 좌우하는 것으로 알려진 카마르 자베드 바지와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4월 "파키스탄에는 미국과 길고 훌륭한 전략적 관계를 맺은 역사가 있다"며 중국은 물론 미국과도 관계를 확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당시 칸 총리가 미국의 파키스탄 정부 전복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한창 미국과 각을 세우던 때에 오히려 미국과 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바지와 참모총장은 최근 미국을 직접 방문, 양국 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도 지난달 말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만나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런 노력 속에 최근 IMF와 11억7천만달러(약 1조6천600억원)의 구제금융 지원 합의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힌두스탄타임스는 최근 미국-파키스탄 간 여러 이벤트를 거론하며 "미국이 샤리프 총리 체제의 강화를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양국 관계가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고 분석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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