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권, 전투 나선 군 지휘부에 고전 책임 전가
"침공계획 실패 뒤 대중이 잘 모르는 최전선에 덮어씌우기"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죽거나 잘리거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에서 장군들의 시련이 심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월 개전 이후 지금까지 최전선에서 싸우던 러시아 장성 최소 8명이 해임·업무 배제됐다.
대표적 인물은 한때 우크라이나 전쟁 총사령관이었던 알렉산드르 도보르니코프다.
44년 이상 전장을 누빈 3성 장군 도보르니코프는 4월 대장급으로 임명됐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7주 만에 해임됐다.
비슷한 시기 공수부대 사령관이었던 3성 장군 안드레이 세르듀코프도 전쟁 중 그의 사단이 큰 손실을 겪은 후 지위를 박탈당했다.
바로 지난주에는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주(州)를 관할하던 3성 장군 알렉산드르 주라블레프 장군이 군 복무 4년 만에 해임되기도 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이 탈환전에 속도를 내던 지난달 일부 점령하고 있던 하르키우주에서도 완전히 밀려난 바 있다.
최근 러시아 의회는 최근 들어 군 보급 현황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부진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보급 차질이다.
서방 국방정보당국은 푸틴 정권이 속전속결을 예상하고 침공해 지속가능한 보급 계획이 애초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러시아 정치권은 지휘관이 예산 일부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고위 장교들을 겨냥한 질책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징계를 받지 않은 지휘관 중에는 목숨을 잃은 이들도 많다.
서방 추산에 따르면 개전 후 전투 중에 사망한 러시아 장성은 최소 10명이다.
WP는 러시아 정치권이 전황이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아 내부 여론이 악화하자 비난의 화살을 군 장성에게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이너서클에 속하는 군 지도부는 책임 추궁에서 열외다.
대표적 사례가 전쟁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 등이다.
이번 전쟁의 실질적 책임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비난 또한 대외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
WP는 최전선에 배치된 고위 장성의 경우 비난의 표적이 되기 쉬운 처지라고 분석했다.
대중이나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고 인사 발표도 비공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 탓에 덮어씌우기 용이하다는 것이다.
WP는 군 지휘관에 대한 잦은 질책은 러시아가 전쟁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우는 데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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