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물가 여전히 높고 한미 금리차 확대 놔두면 환율·물가↑"
사상 첫 5연속 인상 임박…"내년 상반기까지 인상 기조…최고 3.75% 이를 수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한국은행이 7월에 이어 오는 12일 두 번째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5%대 중반에 이르는 데다, 미국의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유력한 상황에서 한미 금리 격차가 1%포인트(p) 이상 벌어지면 환율·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는 만큼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11월 추가 인상을 포함해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3%대 중반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 "9월 물가, 기대보다 덜 떨어져"…기준금리 인상 불가피
9일 연합뉴스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뚜렷하게 줄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작년 같은 달보다 5.6% 올랐다.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5%대 중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대보다 적게 하락해 빅 스텝의 확률이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한은 등은 물가 상승률이 가을 즈음 정점을 지나더라도 그 이후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로 그런 흐름이고,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매우 높은 수준인 만큼 빅 스텝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한은 역시 9월 소비자물가지수 통계 발표 직후 "소비자물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환율,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이 (물가) 상방 리스크(위험)로 잠재된 상태"라고 경고했다.
예상대로 한은이 12일 빅 스텝을 밟으면, 7월에 이어 사상 두 번째 0.50%포인트 인상일 뿐 아니라 4·5·7·8월 금통위 회의에 이어 역대 처음 다섯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는 셈이다.
◇ 연내 한미 금리차 최대 1.50%p 가능성…이 총재도 "0.25%p 인상조건 바뀌어"
빅 스텝 전망의 또 다른 주요 근거는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와 이에 따른 환율·물가의 추가 상승 위험이다.
미국 내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결국 지난달 20∼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약 한 달 만에 다시 역전됐다.
지난 7월 연준이 두 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약 2년 반 만에 한국(2.25%)을 앞질렀다가 8월 25일 한국은행의 0.25%포인트 인상으로 같아졌지만, 이제 격차가 0.75%포인트까지 또 벌어졌다.
만약 오는 12일 한은 금통위가 베이비스텝만 밟고, 11월 초 연준이 다시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면 두 나라의 금리 차이는 1.25%포인트로 커진다.
이어 11월 말 금통위가 또 0.25%포인트만 올리고, 연준이 12월 최소 빅 스텝만 결정해도 격차가 1.50%포인트에 이른다.
1.50%포인트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1996년 6월∼2001년 3월 역전 당시)과 같은 수준이다. 이는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이 사상 그 어느 때보다 커진다는 뜻이다.
더구나 환율이 계속 뛰면 어렵게 정점을 통과 중인 인플레이션도 다시 들썩일 수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안예하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연준이 9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고, 11월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라며 "한은도 한미 금리 격차가 계속 커지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빅 스텝에 무게를 뒀다.
그는 "더구나 지금 원/달러 환율도 높은 만큼, 환율을 고려해서라도 빅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환율을 지키려면 금리를 0.50%포인트 정도 충분히 올려야 할 때"라며 "한미 금리 격차가 커졌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환율을 방어할 수 있고 물가 안정에도 용이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를 올리지 않고 외환보유액만 풀어서 환율을 방어할 경우, 투기 세력이 달러 사재기 등에 나서 외환보유액만 더 빨리 소진될 우려가 있다"며 "정석대로 금리를 올려 환율과 물가를 잡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최근 통화정책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 수정을 시사한 점도 빅 스텝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 총재가 (베이비스텝의) 전제조건이 바뀌었다고 했으니, 두 번째 빅 스텝의 가능성이 커졌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앞서 8월 25일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직후 "당분간 0.25%포인트씩 인상하는 것이 기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회 등에서 "연준의 올해 말 최종금리를 우리(한은)는 4%로 예상했지만, 지금 4.4% 이상으로 올라갔고 내년 최종금리 전망치도 4.6%로 높아졌다"며 "0.25%포인트 인상의 전제 조건이 많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 "경기 침체 우려로 11월엔 베이비스텝" 전망 우세
아울러 전문가들은 한은 금통위가 국내 물가와 환율,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 속도 등을 고려해 11월 한 차례 기준금리를 더 올리고, 내년 상반기에도 몇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11월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한 전망은 빅 스텝과 베이비 스텝으로 갈렸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1월에도 5%대의 물가 상승률이 지속돼 금리 인상 기조도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경기 우려와 물가 정점론이 확산하면서 인상 폭은 0.25%포인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은의 금리 인상 기조는 내년 1월까지 유지되다가 글로벌·국내 경기 침체가 뚜렷해지는 2월 이후 동결로 전환해 최종 기준금리 수준은 3.25% 정도가 될 것"이라며 "경기 둔화로 물가 하락 속도가 한은이 예상하는 것보다 빠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LG경영연구원 조 연구위원도 "11월께면 국내외에서 경기와 수출 둔화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커질 텐데, 한은이 올해 마지막 금통위 회의에서 연속으로 0.50%포인트를 올리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에도 한은의 금리 인상 시도가 있겠지만, 경기 우려로 인상 폭이 크거나 횟수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최고 기준금리를 3%대 중후반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장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11월 초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지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에, 한은의 11월 인상 폭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0.25%포인트씩 한두 차례 더 올려 최종 금리가 3.5∼3.7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키움증권 안 연구원은 "11월까지 연준이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고, 국내 물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일 가능성이 크다"며 "따라서 한은도 속도를 조절하지 않고 11월 다시 0.50%포인트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내년 1분기 한 차례 추가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최고 3.7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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