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벌금 내고 출국…CNN "고통·불쾌감 유발해 유감" 사과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태국 정부가 전직 경찰의 습격으로 20여 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은 어린이집 내부를 촬영해 논란을 빚은 CNN 취재진의 비자를 취소했다.
10일 현지 매체 방콕포스트와 외신에 따르면 태국 경찰과 이민국은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농부아람푸주 나끌랑 지역의 어린이집에 들어간 CNN 취재진 2명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비자를 취소했다.
이민국은 "이들은 관광비자로 입국했기 때문에 태국에서 일할 수 없다"고 비자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6일 방콕에 도착한 호주 국적의 기자와 영국 국적의 카메라맨 등 CNN 취재진 2명은 각각 5천밧(19만원)의 벌금을 내고 출국하기로 했다.
경찰은 무단침입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조사 결과 취재진은 어린이집 문이 열린 것을 보고 주변에 있던 관계자에게 허락을 구하고 내부에 들어갔다. 들여보낸 사람에게는 출입을 허가할 권한이 없었지만, 이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청 수라쳇 하끄빤 부청장은 "두 사람이 어린이집 내부 촬영을 마쳤을 때는 출입이 차단돼 있어 담을 넘어 나왔다"며 "국유 재산에 무단 침입하거나 범죄 증거를 훼손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의도치 않게 저지른 일에 대해 태국인들에게 사과했으며 추방당하거나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NN도 이번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해당 보도 영상을 삭제했다.
CNN 인터내셔널 마이크 매카시 수석부사장은 트위터에 올린 성명에서 "취재진은 어떤 규칙도 위반할 의도가 없었다"며 "우리 보도가 고통이나 불쾌함을 불러일으켰을 수 있고 국가적으로 비통한 시기에 경찰에도 불편함을 끼쳐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마약 혐의로 해고된 전직 경찰 빤야 캄랍은 지난 6일 아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교사와 아이들을 잔혹하게 살해했다. 그는 어린이집을 나와서도 행인을 향해 총격을 가했으며, 집으로 돌아가 아내와 아들까지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번 사건으로 어린이 24명을 포함해 총 37명이 살해됐다.
사건 이후 CNN은 어린이집 내부 화면을 보도했고, 취재진이 어린이집 담을 넘어 나오는 모습이 태국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에 태국외신기자클럽(FCCT)과 태국기자협회(TJA)가 비판 성명을 발표하는 등 비난 여론이 일었다. 어린이집 측은 취재진을 고소했고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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