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가 작년 말 현재 38만1천 가구에 달하고 이들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69조4천억원에 이른다는 한국은행 자료가 공개됐다. 한은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초과),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려운(자산대비부채비율·DTA 100% 초과) 경우를 부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가구'로 분류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고위험 가구보다 다소 범위가 넓은 '취약 차주(대출자)'의 비중은 올해 2분기 말 현재 전체대출자의 6.3%로, 작년 말보다 더 올라갔다.
한은 분석결과 기준금리가 한 번의 빅 스텝으로 0.50%포인트만 뛰어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6조5천억원 늘어나며, 이 이자 증가분 가운데 3천억원은 취약차주가 감당할 몫이 된다고 한다. 민간의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상승 압력과 그에 따른 금리 상승이 대출자의 채무상환 능력에 부담을 주고 이는 금융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러운 지점이다. 오는 12일 열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두 번째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계속 오르면 고위험 또는 취약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과 부실 위험은 더 커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을 경우 경제 전반에 위험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기에 당국의 비상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 가계대출은 주택 등 담보 비율은 높고 연체율은 낮아 가계대출이 많다고 해서 그 자체로 금융이나 경제에 당장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금리상승과 대내외 여건 악화가 맞물리면 취약차주, 과다 채무자 등이 대출상환 어려움이 증대될 우려가 있다. 여기에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869조4천억원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가장 많은 상황이다. 국내 금리가 치솟는 등 금융 충격이 현실화하면, 경제규모(GDP) 대비 세계 최대 수준인 한국의 가계신용 규모와 금융 불균형이 문제 될 수 있다. 금융당국과 정부는 우선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를 포함한 취약 차주, 저소득 가계의 이자부담 급증 대책을 포함한 선제적 조치를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연체 급증이 금융시스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소지를 사전에 최대한 차단해 나가야 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