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 러시아에 부분 동원령이 내려진 이후 수많은 러시아 남성들이 징집을 피하기 위해 요트를 타고 한국으로 항해하거나 자전거로 북극의 국경을 통과하는 등 '이례적인 경로'로 러시아를 탈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이 인용한 BBC 러시아어 방송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8명의 남성이 요트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다.
이들의 요트 항해는 올해 중으로 예정돼 있던 것이긴 하지만 징집령이 내려진 직후 당초 일정을 앞당겨 바로 출발하게 됐다고 한다. 북한 영해를 벗어나 동해 먼바다로 운항해야 했기 때문에 이들의 항해는 5일이나 걸렸다.
러시아에서는 개인 보트 업체들이 흑해를 통해 터키로 운항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의 얄타에서 터미의 시노프까지 운항하는 쌍동선의 객실 요금은 1천400파운드(약 222만원)다.
북극권 한계선에서 200㎞나 북쪽으로 더 들어간 무라만스크는 겨울철이면 오로라를 보려는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곳이지만 일랴(27)에게는 이곳이 240㎞에 이르는 자전거 탈출의 출발지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원령을 발표한 다음날 일랴는 모스크바에서 친구에게 산 자전거를 가지고 무라만스크로 가는 침대 열차에 탑승했다. 그의 목표는 무라만스크에서 자전거를 타고 노르웨이의 국경도시 키르케네스로 넘어가는 것이었다.
키르케네스에 도착한 일랴는 "다행히도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트라이애슬론을 훈련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유용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랴는 노르웨이의 작은 시골 마을 키르케네스에는 호텔 방이 매진됐고 이 마을의 작은 공항에서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로 가려는 러시아인들 수십명이 탑승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6일에는 러시아인 2명이 러시아 극동지방에서 배를 타고 미국 알래스카주 베링해의 외딴섬으로 탈출해 망명을 신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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