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독일 정부가 가스값 부담 완화를 위해 오는 12월 일반 가정·중소기업의 한 달 치 가스비를 대신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전망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로이터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정부가 구성한 관련 전문가 패널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단계별 에너지 가격 억제 방안을 이날 정부에 제안했다.
전문가들의 제안에는 12월 중소기업·일반 가정의 가스비를 전액 보조해주고, 내년 봄부터는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지원금을 세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할인 기간에는 일반 가정의 경우 전년도 가스 사용량의 80%까지, 기업은 70%까지만 1kWh(킬로와트시)당 가스 요금을 대폭 할인해주는 방식이다.
에너지 가격 부담을 경감해주는 동시에 에너지 사용량 줄이기도 촉진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전문가 패널의 베로니카 그림 공동의장은 "앞으로 가스 사용료가 (우크라이나 전쟁 전 수준인) 0.07유로(약 100원)로 되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앞으로 오랜 기간 러시아 가스를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이 방안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정확하게 산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 패널에 참여한 지그프리드 루스범 독일산업연맹(BDI) 회장은 소요 비용을 약 900억 유로(약 125조 7천억 원)로 추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는 전문가 패널의 제안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망했다.
전문가 패널은 경제계, 노동계, 학계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됐다.
숄츠 총리는 지난달 말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2천억 유로(약 278조 원)의 "방패 예산"을 제시했으나, 그 용처에 대해서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었다.
이번 대책은 에너지 기업에 수입가 인상분을 보전하려던 이전 대책보다는 정치적 폐해가 적겠지만, 기업이나 가정이 스스로 가스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정부의 거듭된 가스 절약 호소에도 불구하고 10월 첫 주 가스 소비량은 전년보다 늘어났다.
또 유럽연합(EU)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숄츠 총리가 내놓은 2천억 유로의 '방패 예산'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독일이 유럽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 가격 억제책에 대해서는 반대하면서, 자국 기업들에게만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EU의 내수 시장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독일 동부의 여러 주에서는 이날 수천 명의 주민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인플레 대책,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에 불만을 표시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독일통신 DPA가 보도했다.
DPA에 따르면 독일 북동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는 15개가 넘는 도시에서 경찰 추산 약 7천 명이 시가행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에서는 최근 러시아 제재에 반대하면서 새로 건설된 러시아 가스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2'를 가동하라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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