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세계은행, 개도국 위기 심화로 각국에 역대 최대 대출

입력 2022-10-11 11:29  

IMF·세계은행, 개도국 위기 심화로 각국에 역대 최대 대출
코로나19·전쟁 등 영향…세계 경기후퇴 위험성 경고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코로나19 대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위기에 빠진 세계 개발도상국이 늘어나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이 각국에 지원한 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치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MF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93개국에 총 2천580억달러(약 369조원)의 대출을 약속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추가로 16개국에 900억달러(약 129조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IMF가 실제 집행한 대출 총액도 1천350억달러(약 193조원)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는 45%, 2017년보다는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세계은행의 대출 총액도 역시 지난 9월 말 현재 역대 최대인 1천40억달러(약 149조원)로 2019년보다 53% 늘어났다.
이에 따라 양 기관의 대출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이라고 WSJ은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신흥국들은 주요국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 등으로 국채 발행이 크게 줄어들면서 자금 조달에 한층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세계 신흥국의 국채 발행 규모는 작년 동기의 절반을 조금 넘는 880억달러(약 126조원)에 그쳤다. 이는 또한 2015년 이후 최저치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과 강달러로 인한 자금 조달 비용 증가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WSJ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식량 가격 급등이 빈국들에는 큰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민간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지자 IMF와 세계은행에 대한 자금지원 요청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IMF는 국제 채무유예 프로그램의 적용 대상인 저소득국가 가운데 60% 이상이 채무 이행 능력이 없거나 그럴 위험성이 큰 상태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15년보다 약 2배로 늘어난 것이다.
73개 빈국의 경우는 올해 해외채무 원리금 상환 금액이 440억달러(약 63조원)에 달해 이들 국가가 받은 원조 금액보다 많은 상태라고 WSJ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세계적 추가 악재가 터지고 경제 위기가 심화하면 IMF와 세계은행의 대출 재원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학 교수는 지금은 신흥시장의 큰 위기도 없고 자금 여력도 있지만, 중국이나 영국과 같은 큰 나라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도 발생한다면 IMF와 세계은행이 부담스러운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IMF는 그러나 지난 2년간에 걸친 대출 확대에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대출 능력을 확보한 상태라는 입장이다.
IMF는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6천500억달러(약 929조원) 규모의 특별인출권(SDR)을 발행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SDR 발행으로 IMF의 대출 능력이 1조달러(약 1천429조원) 정도로 늘어난 상태라면서 IMF와 다자 개발은행들이 대출 능력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IMF와 세계은행은 전 세계 경제가 경기후퇴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개막에 앞서 화상회의에서 세계 경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올해∼내년에 최소 두 분기 연속 국내총생산(GDP) 감소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플러스 성장을 할 때조차도 실질소득 감소와 물가상승으로 인해 경기후퇴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부터 2026년까지 세계 GDP가 독일 경제 규모와 맞먹는 약 4조달러(약 5천644조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엄청난 퇴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나면서 그동안 탄탄했던 미국 노동시장도 동력을 잃고 있다면서 유럽·중국 경제도 둔화하는 등 세계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도 달러 강세가 개발도상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고 부채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면서 내년 세계 경제가 경기후퇴에 빠질 위험이 실제로 있다고 우려했다.

k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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