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분석…"對대만 경쟁우위 확보 긴요"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미중 갈등이 커지면서 중국의 빈자리를 놓고 한국과 대만의 경합이 심화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2일 '미국 수입 시장에서의 주요국 수출 경합 관계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 5년간(2017∼2021) 미국 수입시장에서 한국, 베트남, 대만의 점유율이 동반 상승했다"면서 "특히 한국과 대만 간 격차는 1.24%포인트(p)에서 0.63%p까지 축소되고, 수출 유사성 지수도 0.351에서 0.373으로 증가하면서 경합이 심화했다"고 밝혔다.
수출유사성지수(ESI)는 수출상품 구조의 유사성을 수치화해 특정시장에서 양국간 경쟁정도를 지수화한 것으로, 1에 가까울수록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중국이 차지하는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7년 21.59%에서 지난해 17.84%로 3.76p 떨어졌다.
일본의 경우 점유율이 같은 기간 5.83%에서 4.76%로 1.07%p 하락했다.
중국과 일본은 한국과의 수출유사성지수도 같은 기간 하락세를 나타내며 각각 0.086p, 0.039p 내렸다.
반면 베트남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이 기간 1.99%에서 3.60%로 아시아 주요 5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세(1.61%p)를 보이며 2020년을 기점으로 한국을 추월했다.
그러나 주력 수출 품목 구조가 상이해 지난해 기준 한국과의 경합도(수출유사성지수 0.189)는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품목에서 미국 내 점유율을 늘리며 선전한 가운데 반도체 분야에서 대만과의 경합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미국의 중국산 반도체 수입이 급감하는 사이에 한국과 대만의 점유율은 각각 5.34%p, 3.82%p 늘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한국과 대만의 수출유사성지수는 0.480에서 0.575로 상승했다.
이는 2018년 미국의 대중 추가관세 영향으로 메모리 모듈 수입선이 중국산에서 한국·대만산으로 전환된 데 따른 것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미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입 87.6%가 칩이 아닌 모듈이어서 한국 기업들은 모듈 생산에 특화된 대만의 '서드파티 기업'과 경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드파티 기업이란 반도체 칩을 직접 제조하지 않고, 외부로부터 칩을 공급받아 모듈화해 판매하는 업체로, 대부분 대만계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은 대미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 부문에서 주요 경쟁국인 일본과의 격차가 축소됐다.
일본의 미국 자동차 수입시장 점유율은 2017년 17.48%에서 지난해 15.25%로 2.23%p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한국의 점유율은 6.94%에서 8.41%로 1.47%p 증가했다.
이로써 양국 점유율 격차는 2017년 10.54%p에서 2021년 6.84%p로 작아졌다.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일본의 미국 내 점유율은 13.6%, 한국은 8.57%로 점유율 격차(5.03%p)는 더 축소됐다.
특히 고부가가치 차종인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중심으로 차종이 다양화되고,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가 호조를 나타낸 결과로 풀이된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중 분쟁 이후 대만과의 수출경합이 치열해지고 있어 대만 대비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한 첨단기술 경쟁력 확보, 품목 다변화 노력이 절실하다"면서 "미국의 중국 배제 움직임과 우리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미국과 긴밀한 통상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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