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푸틴, 감정적인 '비대칭 보복 공격' 즉각 중단해야

입력 2022-10-11 14:45  

[연합시론] 푸틴, 감정적인 '비대칭 보복 공격' 즉각 중단해야



(서울=연합뉴스) 러시아가 크림대교 폭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해 전방위적인 보복성 공격을 펼치면서 이 전쟁이 최악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는 10일 키이우 등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84발이 넘는 크루즈 미사일과 공격용 드론 24대를 투입해 포격을 감행했다. 이로 인해 민간인을 포함 최소 14명이 숨지고 97명이 다쳤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러시아와 크림반도를 잇는 크림대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상징물이자 푸틴의 자존심으로 불려왔다. 이 다리가 지난 8일 폭발로 일부 무너져내린 지 이틀 만에 러시아가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으로 '피의 보복'을 시작한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는 겁먹지 않을 것이고, 더욱 단결할 것"이라며 "전장에서 러시아 군대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재보복을 천명했다. 국제적 고립과 전황의 불리로 곤경에 처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버튼'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푸틴이 핵 공격에 나설 경우 3차 대전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돼 14만6천 명을 죽인 원자 폭탄은 15킬로톤(kt)이었다. 오늘날의 핵탄두는 1,000kt이다.

19세기 프로이센의 군사 사상가인 클라우제비츠는 "내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적에게 굴복을 강요하는 행위"가 전쟁이라고 했다. 역사상 수많은 전쟁이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그대로였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푸틴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의 지배 세력이 자신들의 '그레이트 러시아(구 소련 연방) 어게인'이라는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이웃인 우크라이나에 굴복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이 전쟁의 실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가 핵도 없을 뿐 아니라 자신들의 국방력의 10분의 1에 불과한 국가를 침략한 것이다. 그런데도 최근 전황이 불리해지자 푸틴은 자신의 '역사적 사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 감성이 이성을 앞지르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자신이 직접 화물차를 몰고 개통식에 참석했던 크림대교가 폭발하자 이를 개인적 모욕으로 받아들인 푸틴이 '비대칭적 보복' 차원에서 엉뚱한 목표물에 포격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자비한 포격이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에 불리하게 전개되어 온 전쟁 양상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죄 없는 민간인들의 희생이 너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푸틴의 이번 미사일 공격 표적은 군사 시설이 아닌 출근길 도심과 에너지 관련 기반 시설이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전쟁 공포감을 극대화해 저항 의지를 꺾겠다는 목적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푸틴은 이 감정적인 보복 공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962∼1965년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회고하면서 "당시에도 세계를 위협한 핵전쟁의 위험으로 갈등과 긴장의 고조가 있었지만 평화의 길이 선택받았다"며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했다. 전 세계가 공멸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지혜를 모을 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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