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우치 야스토 인터뷰…"정치적 거래로는 문제의 본질 파악 못해"
"전쟁·식민지 지배로 희생된 목숨 마주해야"…역사왜곡에 맞선 저술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동원 연구자인 다케우치 야스토(竹內康人·65) 씨는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거론되는 기금에 관해 "가해 기업과 가해에 가담한 일본 정부의 자금 거출(갹출)이 없으면 해결을 위한 기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쓰비시중공업이나 일본제철 등 피고 기업이 지급해야 할 위자료를 제삼자가 낸 돈으로 대신하는 이른바 대위 변제가 "본질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면서 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다케우치씨는 "(조선인에게) 가해한 (일본) 정부와 가해 기업이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구제를 위한 활동을 추진하는 것, 혹은 기금에 거출하는 것과 같은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문제 해결로 이어진다"며 "그 전제로 강제 노동이 있었다는 것과 전쟁 중에 강제 동원이 있었다는 것을 일본 정부와 기업이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강제 동원 문제를 한일 양국의 정치적 거래 대상으로 보는 일부의 시각에 관해 "식민지하 강제 동원 문제의 본질·핵심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게 된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다케우치씨는 "전쟁과 식민지 지배 속에서 많은 목숨이 희생됐으니, 한명 한명의 목숨과 확실히 마주하는 것이 일본에도 한국에도 중요하다"며 역사적 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동원과 관련해 '강제노동'이나 '강제연행'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작년에 내각의 공식 견해로 채택하고 역사 교과서 기술 방식에까지 사실상 개입한 것을 거론하며 강제노동을 부정하는 흐름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진단했다.
일본 사회 일반(유권자)과 일본 정치인 중 어느 쪽에 주목해 역사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하느냐는 물음에 다케우치씨는 "정치인을 선택한 것은 일본 국민"이라며 "양쪽 모두"라고 반응했다.
그는 시민들이 피땀으로, 때로는 목숨을 잃으면서 쟁취한 보통 선거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일본 젊은이들이 줄어든 것 같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투표율이 떨어지지만, 보수 암반층이 상대적으로 열심히 투표하므로 전체 유권자를 기준으로 하면 지지율이 20∼30% 수준에 불과한 자민당이 정권을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하지만 그는 "일본 사회에는 과거 강제 노동의 문제를 직시하고 그것(역사 부정 문제)을 어떻게 극복할지 노력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며 이들이 "좀 더 힘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케우치씨는 역사나 정치와 관련해 "어려운 것을 쉽게 설명해야 하지만, 그것은 깊이도 있어야 한다"면서 "세상이 어떻게 돼 있는지 알고, 비판적 인식을 지니고 (사회를) 좋게 바꾸려는 의욕을 만드는 것이 소중하다"고 지론을 폈다.
그는 일본 전국의 도서관과 자료관 등을 돌며 약 30년에 걸쳐 일제의 조선인 강제 동원 관련 자료를 조사·수집했으며 전쟁의 역사를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좋은지 해법을 찾기 위해 독일·폴란드 전쟁 문제나 영국·아일랜드의 역사 인식 차이 등을 파고들기도 했다.
다케우치씨는 이렇게 모은 자료를 갈무리해 '전시(戰時) 조선인 강제노동 조사자료 개정증보판-연행처 일람·전국지도·사망자 명부(2015), '조사·조선인 강제노동①∼④'(2013∼2015) 등 일제 강점기 역사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는 자료를 다수 발간했다.
고교 역사 교사로 40년가량 재직하다 퇴직한 그는 일본 내 역사 왜곡 흐름에 맞서 강연과 저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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