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조프리폭포 절벽 호상철광층 밀란코비치 사이클 분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달은 지구에서 1년에 3.8㎝씩 멀어지고 있다. 1969년 달 표면에 설치한 반사판에 레이저빔을 쏘아 수십 년에 걸쳐 정밀 측정해 밝혀낸 것이다.
과거부터 쭉 같은 속도로 멀어져 온 것이라면 약 15억 년 전에는 지구와 거의 붙어있었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 확인된 이격 속도만으로 45억 년의 역사를 가진 달의 과거 위치를 계산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캐나다 몬트리올 퀘벡대학(UQAM) 지구·대기과학 교수 데이비스 조슈아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이 약 25억 년 전 지구와 달이 현재보다 약 6만㎞ 더 가까웠으며, 하루는 17시간밖에 안 됐다는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 관련 뉴스 및 분석 인터넷 매체인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실린 조슈아 교수의 기고문에 따르면 연구팀은 지난 25억 년의 지층이 드러나 있는 호주 서부 카리지니국립공원의 조프리 폭포 절벽을 활용했다.
대기와 바닷물의 철이온이 산화되면서 가라앉은 산화철 침전층과 규질 성분이 많은 퇴적층이 번갈아 가며 띠 모양으로 쌓여있는 '호상(縞狀)철광층'이 지구 기후변화를 가져온 '밀란코비치 사이클'과 관련돼 있는 점을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지구와 달의 거리까지 역산한 것이다.
밀란코비치 사이클은 지구의 공전궤도와 지축의 경사, 세차(歲差)운동 등 세 가지 요소가 지구 표면에서 받는 태양에너지의 양에 변화를 줘 기후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각각 10만 년과 4만1천 년, 2만1천 년 주기를 갖는 것으로 제시돼 있다.
과거 극단적인 추위나 온난화, 건기와 우기 등이 이런 주기의 결과인 것으로 분석돼 있는데, 이런 기후변화는 퇴적층에도 영향을 줘 이를 분석하면 밀란코비치 사이클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설명했다.
지구와 달의 거리는 밀란코비치 사이클 중 하나인 세차운동과 직접 관련이 있는데, 이는 퇴적층이 담고 있는 밀란코비치 사이클을 확인하고 세차운동 주기를 알아내면 퇴적층이 형성되던 시기의 지구와 달의 거리를 계산해 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조프리 폭포 절벽의 호상철광층에서 약 10㎝와 85㎝ 간격으로 되풀이되는 순환변동 주기를 확인했으며 퇴적 속도와 두께 등을 고려할 때 약 1만1천 년과 10만 년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 중 1만1천 년을 세차운동 주기로 추정했는데, 이는 현재 주기인 2만1천 년보다 훨씬 더 짧은 것이다. 이를 토대로 25억 년 전 달과 지구의 거리가 현재(약 38만㎞)보다 약 6만㎞가 더 짧았으며, 하루 길이도 약 17시간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고대 퇴적암에 남아있는 작은 변화로 과거 태양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은 놀라운 것이라고 지적하고, 하지만 하나의 중요한 자료만으로 지구와 달의 진화에 관해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만큼 더 많은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암석 연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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