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감세정책에 또 경고…"물가 대응 어려워질 것"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며 중앙은행이 추가 개입에 나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인해 물가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또 경고를 내놨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11일(현지시간) 영국 금융안정에 실질적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투자심리 안정을 위한 신규 긴급 조치를 발표했다.
BOE는 금리를 안정시키고 연기금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물가연동채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달 430억파운드(69조원) 규모 감세안을 포함한 미니 예산을 발표한 뒤 세번째 시장개입이다.
BBC는 BOE가 금융시장 안정에 관해 경고하는 것은 드물고 BOE 고위인사 여러 명이 시장 혼란의 원인을 정부 정책에 돌리는 것은 더욱 드물다고 전했다.
당시 쿼지 콰텡 재무부 장관이 재원 조달 계획 없이 감세안만 내놓자 투자심리가 흔들리며 파운드화의 미 달러화 대비 환율이 역대 최저로 떨어지고 국채 금리가 급등했다.
금리가 워낙 갑자기 큰 폭으로 뛰자 채권을 담보로 투자하던 연기금들이 담보가치 하락으로 인해 보유자산을 대거 팔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에 BOE는 지난달 28일 650억파운드 규모 긴급 국채매입 프로그램으로 채권시장을 안정시켰다.
이어 전날엔 10월 14일 프로그램 종료로 인해 시장이 충격을 받지 않도록 종료 전 채권 매입 규모 확대와 연기금 단기 유동성 보장 등의 대책을 내놨다.
재무부도 이에 맞춰 중기재정전망 발표 시기를 11월 23일에서 10월 31일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의 불안은 가라앉지 않고 채권금리가 또 급하게 올랐다.
다만 이날 추가 개입 이후에는 다소 잠잠해졌다.
IMF도 이날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영국의 감세안이 성장률을 단기 어느 정도 올리겠지만 물가 대응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IMF는 지난달 감세안 발표 후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주요 7개국(G7) 국가의 정책에 이례적으로 비판 의견을 냈다.
이날 IMF는 내년 영국 경제성장률이 0.3%로 4월 전망치(1.2%)에서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연 9%다. 이는 정부 미니예산 발표 전에 산출된 수치다.
전문가들은 콰텡 장관이 감세안을 더 후퇴시키거나 아니면 공공 지출을 크게 줄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는 이날 정부가 지출 중 최대 600억파운드를 고통스럽게 삭감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BOE의 전 금융안정 부총재인 존 기브는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장에서는 정부가 지출을 충분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 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당면 이슈는 복지혜택을 물가상승률에 맞춰서 올릴지, 그보다 낮은 임금상승률을 기준으로 삼을지다.
보수당에서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올린다는 원칙을 바꾸는 데 반발하는 목소리가 크다. 트러스 총리는 이 결정도 10월 31일에 발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콰텡 장관은 이날 하원에 출석해서 "경제 성장과 모든 이들의 생활 수준 향상에 꾸준히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노동당의 예비내각 재무부 장관인 레이철 리브스는 "이것은 (총리관저가 있는) 다우닝가에서 만들어진 보수당의 위기인데 노동자들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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