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유네스코에 호소…7월 러시아 미사일 공격받기도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자국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 달라고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유네스코 집행위원회 58개 회원국들에 보내는 녹화 영상을 통해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와의 전면전으로 우크라이나 내 총 540개 유산과 문화·종교 시설이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됐다"며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이 파괴되는 것을 국제사회가 모른 체하지 않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한 첫걸음은 아름다운 도시이면서 흑해의 중요 항구이고 다양한 국적을 지닌 수백만명의 문화적 본향인 오데사의 역사적인 중심부를 보전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맹국들과 함께 오데사를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올리기 위해 준비했고, 관련 서류를 유네스코에 보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오데사도 다른 자국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공격 목표라며 "오데사를 지지해 달라. 유네스코가 러시아의 테러를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가 유네스코와 산하 모든 기구에서 축출돼야 한다며 "테러국가가 세계의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세계유산위원회를 주재하는 것은 이 조직의 명예와 권위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는 올해 세계유산위원회 의장국으로 6월 19∼30일 카잔에서 제45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비난 여론 속에 회의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유네스코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우크라이나로부터 오데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요청과 관련한 서류를 받았다며, "관련 부서의 검토를 거쳐 세계유산위원회의 다음 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또 21개 세계유산위원회 회원국들이 오데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오데사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 "세계 문화와 자연 유산 보호를 위한 1972년 유네스코 회의 결정에 따라 광범위한 지역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드리 아줄레이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요청한 오데사의 중심부는 다양한 인종이 드나들고 교류하며 상호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도가니 같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러시아는 7월 고정밀 장거리미사일로 오데사를 공격한 뒤 "선박수리 공장 도크에 있던 우크라이나 군함과 미국에서 우크라이나에 공급된 대함미사일 '하푼' 저장고를 파괴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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