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절벽 심화…매매·전세 동반 침체, 월세 가속화 전망
청약시장도 악재…꼬마빌딩 등 수익형 매물도 늘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한국은행이 석달 만에 또다시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p 인상)을 단행하며 10년 만에 기준금리 3%대 시대를 맞음에 따라 가뜩이나 냉각된 부동산 시장이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심각한 거래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동안 부동산 시장이 '빙하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2일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는 금리여서 이번 빅스텝으로 거래 절벽과 가격 하락이 동시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금리인상 랠리가 마무리됐다는 신호가 나타나야 거래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도 "내달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할 경우 올해 연말 한국은행의 금리 상단은 3.5%까지 올라갈 수 있고, 이 경우 연내 개인이 체감하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8%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대출 규제 속에 이자부담이 급격히 늘면서 집값 하락폭이 커지고 하락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최근 빅스텝을 포함한 고금리 기조로 주택 시장의 거래 절벽은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총 9천6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7천268건)의 25.9%에 그쳤고, 2006년 실거래가 조사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19주 연속 하락했고 낙폭도 거의 10년 만에 최대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완화 조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기간내 집을 팔려는 매도자들이 올 연내에 몰리며 시장의 급매물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자금대출금리도 현재 7%까지 치솟은 가운데, 이번 추가 금리 인상으로 전세시장 역시 동반 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금리 인상 기조에 집값 하락을 우려한 실수요자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매매는 물론 신규 전세 물건도 거래가 안되고 있다"며 "시장에 급급매와 급전세 매물이 늘면서 가격 하락폭이 가팔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며 전세의 월세 전환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금리 인상은 분양시장에도 약재가 될 전망이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최근 청약시장에 청약미달에 이어 미분양·미계약 물건이 늘고 있는 가운데 추가 금리 인상은 청약을 통한 내집마련 수요자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지방은 물론 서울·수도권에서도 미분양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나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은 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하락폭이 적겠지만, 거래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계속되는 금리 인상으로 예금금리가 수익형 부동산의 임대수익률보다 높아져 상가나 꼬마빌딩 등의 투자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강남 이외의 일부 비인기지역에서는 매물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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