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유도탄 고갈된 듯…대체제로 선택한 이란 드론도 대거 격추돼
서방 제재로 첨단무기 못 만들어…"전투 템포 유지 못할 듯"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러시아가 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역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지만, 이 공습으로 러시아 무기 및 전술의 취약성이 더욱 도드라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소 19명이 사망한 러시아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은 충격적이고 광범위했지만 현대전의 특징인 대규모 살상이 없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지는 않았다면서, 이로 인해 러시아군의 무기와 전쟁수행 능력에 대한 의문이 또다시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먼저 서방의 전문가들은 러시아 군대에서 정밀 미사일이 고갈되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감행하는 장거리 미사일 공격의 상당수는 유도 기능이 없는 재래식 미사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번 공격에서도 역시 정확도가 떨어지는 미사일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순항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 등 폭격 정확도가 높은 무기를 많이 사용한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무기 산업은 오랫동안 수입 전자부품에 크게 의존했는데, 서방의 제재로 군수물자를 들여오지 못하게 되자 유도 능력이 없는 탄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게 아니냐고 분석한다.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군사전문지 제인스의 수석분석가인 리즈완 라맛은 "자원과 군수물자 면에서 러시아가 얼마나 궁핍한지 고려하면 러시아는 10일에 (우크라이나에서) 보여준 전투 템포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방공망에도 취약했다.
러시아는 10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전역에 80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 중 43발이 방공시스템에 의해 무력화됐다.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전쟁이 시작된 2월 이후 300여개의 러시아 순항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쟁 중 발사된 러시아 미사일은 수천개로 추정된다.
이번 공격에 투입된 이란산 드론도 러시아가 무기 수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로 꼽힌다.
장거리 정밀 무기가 부족해진 러시아는 이란제 무인 항공기에 기대를 걸고 자폭 드론 2천400대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달부터 이 드론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십㎏의 폭약을 싣고 목표물을 향해 날아드는 이 드론 역시 재래식 미사일과 마찬가지로 정밀도가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란제 자폭드론 '샤헤드-136' 37대가 우크라이나 전역 도심에 투입됐으나, 상당수가 목표물을 타격하기도 전에 우크라이나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밝혔다.
저출력 엔진으로 인해 속도가 느린 드론을 우크라이나군이 기관총으로 격추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텔레그래프는 "희망없는 '가미카제' 드론은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쟁 무기가 곤경에 버둥거리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러시아는 핵무기라는 강력한 옵션을 가졌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러시아는 약 2천개의 전술핵무기를 보유 중으로,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유럽 전역에 배치한 약 100개보다 훨씬 많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러시아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영토를 지킬 것"이라면 핵 공격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으나, 유럽은 물론 러시아 영토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핵무기를 실제로 사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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