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홍수 대비 세계 챔피언 네덜란드, 가뭄 대책에 분주"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으로 유럽이 말라붙으면서 해수면보다 낮은 국토 탓에 홍수 예방에 골몰해온 네덜란드까지 가뭄에 대비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 곳곳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극심한 가뭄과 재앙적 홍수가 번갈아 일어나는 이상기후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런 극단적 이상기후는 네덜란드처럼 수백 년간 홍수를 걱정하던 나라까지 가뭄에 대비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고 있다. 홍수를 막고 물이 잘 빠지게 하는 것만 생각하다가 이젠 물을 가두고 아끼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네덜란드 남부 엔스헤더에서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페터르 판데이크는 "우리는 땅을 건조하게 만드는 것에서는 세계 챔피언인데 이제는 이 시스템을 (반대로) 되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덜란드처럼 부유하고 야심 찬 국가에서도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물 사용량이 많은 사용자에 대해 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높은 인구밀도 때문에 새로운 저수지를 만들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과 국토가 평평해 물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려면 많은 에너지가 든다는 점도 가뭄 대비에 걸림돌이다.
올해 유럽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극심한 더위로 산불이 빈발하고 농작물은 물론 유럽 전역의 수력발전도 타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에 필요한 용수 상당량을 공급하는 라인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지난 8월 독일에서 네덜란드로 유입되는 유량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구 15만9천 명의 내륙도시 엔스헤더에서는 용수 부족으로 농민들이 밤에 연못이나 다른 수원으로부터 불법으로 물을 끌어쓰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네덜란드 전국에서는 가뭄에 대비해 물이 더 오래 각 지역에 저장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 관리와 농민, 과학자들이 토지 개조에 나서고 있다.
엔스헤더의 도시기획자들은 빗물이 바로 하수구로 흘러가지 않게 풀밭에 완만한 굴곡을 만들고 빗물이 잘 스며들도록 콘크리트 타일과 다른 포장재들을 뜯어내고 있다. 물이 빠르게 흐르지 않게 개울과 시내에 굽이를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농민들은 물이 덜 낭비되게 농지 배수 도랑을 더 얕게 만들고, 정부 수자원 위원회는 농민들에게 물대포로 농작물에 물을 뿌리는 대신 필요한 곳에 호스로 물을 주는 방법으로 물을 아끼라고 권고한다.
더위와 가뭄은 네덜란드가 해수면 상승과 싸우는 데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라인강 등의 유량이 줄면 흑해의 바닷물이 내륙으로 역류하면서 가정과 농지의 용수 공급을 위협할 수 있다.
헤이그 지역 130만 주민에게 음용수를 공급하는 뒤네아사의 헤르트얀 즈볼스만 정책고문은 해안 모래톱 아래의 염수를 처리해 음용수를 생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의 가뭄 대비에는 홍수 예방을 위한 거대한 제방 같은 대규모 사업은 아직 동원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네덜란드의 지도자들은 더욱 대담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높이가 상승하면 네덜란드는 해안 상당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거대한 새로운 방조제를 건설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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