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화학물질 대러 금수 조치에도 반발…러·일 관계 악화 일로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러시아 정부가 극동 지역 국경 인근에서 미국과 일본이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을 동원한 합동훈련을 진행한 것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12일(현지시간) 타스·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지난 10일 러시아 국경 근처인 홋카이도 야우스베쓰 훈련장에서 일본 자위대가 미국과의 합동훈련 일환으로 하이마스 발사 시험을 한 것에 대해 주러 일본대사관에 강력히 항의했다"며 "일본은 이 같은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번 훈련을 극동 지역 안보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복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일본 측에 경고했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일본은 홋카이도 동부지역에 있는 자국 최대 규모 군사 훈련장인 야우스베쓰 훈련장에서 미국과 합동훈련을 펼치고 있다.
홋카이도 바로 위쪽으로는 러시아와 일본이 영유권 분쟁 중인 쿠릴 열도 남단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인 쿠나시르와 이투루프, 하보마이 군도, 시코탄 등이 있다.
러시아가 거론한 지난 10일 훈련에서는 일본 자위대 병력 150명과 미 해병대원 40명가량이 함께 하이마스 발사 훈련을 수행했다.
다연장로켓시스템(MLRS)을 장갑 트럭에 올린 형태로 설계된 하이마스는 타격의 정밀성과 기동성 등을 강점으로 한 무기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강하게 반격하고 있는 데는 미국이 지원한 하이마스가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는 14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미·일 합동훈련에는 병력 약 3천500명, 미군 수직이착륙기 오스프리(MV-22 Osprey) 등이 참여한다.
러시아 외무부는 지난 7일부터 효력이 발생한 일본 정부의 화학물질 대러 수출 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일방적이고 불법적인 제재"라고 비판하며 대응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29일 일본 정부는 자국 내 기업 등이 화학무기 생산에 사용할 수 있는 메탄올, 아세톤 등과 같은 화학물질을 러시아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 일본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으며, 이후 일본과 러시아의 관계는 악화 일로에 있다.
앞서 지난 6월 양국은 쿠릴 열도 남단 4개 섬 주변 해역 어업 문제를 두고 마찰을 빚었다.
지난달 초 러시아군이 '보스토크(동방)-2022' 훈련의 하나로 쿠릴 열도 방어 훈련에 나서자 일본 측이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에는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일본 영사를 간첩 혐의로 체포한 뒤 추방하자 이에 맞서 일본도 자국 주재 러시아 영사에게 일본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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