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알보젠과 담합해 저렴한 복제 항암제 출시 막아

입력 2022-10-13 12:00  

아스트라제네카, 알보젠과 담합해 저렴한 복제 항암제 출시 막아
공정위 "잠재적 경쟁 차단"…양측 본사·한국지사에 과징금 26억5천만원
졸라덱스 주사제 1회 57만원…복제약 출시 성공했다면 약가 40% 인하 효과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코로나19 백신 제조사로 유명한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가 특허권이 만료된 자사 항암제의 복제약이 국내에 출시되지 않도록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 알보젠과 부당한 합의를 맺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보젠 측이 아스트라제네카 측으로부터 졸라덱스, 아리미덱스, 카소덱스 등 전립선암과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3개 항암제의 국내 독점 유통권을 받는 대가로 그 복제약을 생산·출시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공정거래법상 생산·출고 제한 금지 조항 위반)과 관련해 양측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6억5천만원(잠정)을 부과한다고 13일 밝혔다.
제재 대상은 알보젠 본사와 알보젠 지역본부, 알보젠 코리아, 아스트라제네카 본사,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등 5개사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에는 11억4천600만원, 알보젠 측에는 14억9천90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양측은 2016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알보젠이 졸라덱스 등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갖는 대신 이 기간에는 관련 복제약을 생산·출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2016년 9월 계약 당시 알보젠은 졸라덱스의 복제약을 개발 중이었고 내부적으로 2019년 3분기에는 약을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출시를 미루기로 한 것이다.
이런 합의는 약품 가격과 시장 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알보젠 측도 복제약을 출시해 경쟁하는 것보다 담합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아스트라제네카 측과 협상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의약품의 경우, 첫 번째 복제약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약가는 기존의 70%로, 복제약가는 기존 오리지널 약가의 59.5%로 책정된다. 추가로 복제약이 나오면 둘 다 기존 오리지널 약가의 53.55%로 낮아진다.
담합 대상 3개 항암제는 모두 급여 대상이었고, 졸라덱스는 국내에 출시된 복제약이 없었다.
알보젠 측이 졸라덱스 복제약을 출시하면 환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서는 같은 효능을 얻으면서도 약값 부담을 40%까지 줄일 수 있었던 셈이다.
2017년 기준 졸라덱스 엘에이데포주사 가격은 1회당 57만원, 졸라덱스 데포주사는 21만원에 달했다. 카소덱스는 4천200원, 아리미덱스는 2천800원 수준이었다.
항암제의 경우 대체로 건보공단이 약가의 약 95%를 소비자가 약 5%를 부담한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양측 담합은 2018년 1월 공정위가 조사에 나서면서 종료됐다. 다만 알보젠은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합의와 무관하게 복제약 개발에 최종적으로 실패해 현재까지 복제약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양측의 담합 관련 매출액을 약 800억원(잠정)으로 보고 있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조치를 통해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는 합의도 위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전립선암, 유방암 등 항암제 관련 의약품 시장에서의 담합을 시정해 환자들의 약값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완화하고 의약품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유 국장은 다만 "복제약의 생산·출시를 제한했을 뿐 개발은 계속 허용한 점, 궁극적으로 알보젠 측이 의약품 출시에 실패해 경쟁제한 효과가 작았던 점, 합의를 조기에 종료하고 조사에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기로 (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앞서 2011년 항구토제인 조프란과 관련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동아제약의 '역지불 합의'를 적발해 과징금 53억4천만원(대법원판결 거쳐 27억500만원으로 조정)을 부과한 바 있다.
역지불 합의는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가 복제약을 출시·판매하지 않도록 하는 대가로 복제약 제조사에 대한 특허침해소송 등을 취하하고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합의를 가리킨다.
통상 특허 분쟁이 있을 때 복제약 제조사가 신약 제조사에 대가를 지급하는 것과 달리 신약 제조사가 복제약 제조사에 이익을 제공하기 때문에 역지불 합의라고 부른다.
유 국장은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역지불 합의와 다른 측면이 있다"며 "GSK는 특허권 존속 기간에 이미 출시돼 시장에서 팔리던 의약품을 제거하는 합의를 해 현실적 경쟁자를 시장에서 퇴출한 것인데 이번 사건은 특허권이 만료된 상황이었고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배제한 것"이라고 말했다.
momen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