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와 보석비 내리는 특이한 '뜨거운 목성' 두 곳서 관측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목성급 외계행성의 대기에서 철보다 2.5배 무거운 원소인 바륨(Ba)이 포착돼 학계에 보고됐다. 지금까지 외계행성 대기서 포착된 원소 중에서는 가장 무거운 것으로 제시됐다.
유럽남방천문대(ESO)에 따르면 포르투갈 포르투대학과 '천체물리학 및 우주과학연구소'(IA) 연구진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설치된 ESO의 초거대망원경(VLT)으로 이른바 '뜨거운 목성'의 대기에서 관측 사상 가장 무거운 원소인 바륨을 포착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표면 온도가 1천 ℃가 넘는 목성급 가스 행성인 WASP-76 b와 WASP-121 b에서 바륨을 포착했다.
VLT에 장착된 첨단 고해상도 분광 장치인 '에스프레소'(ESPRESSO)로 이들 행성의 대기를 통과한 별빛을 토대로 대기 구성성분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바륨의 존재를 확인했다. 초고온 목성급 가스 행성은 저온의 작은 행성들보다 대기가 넓게 형성돼 있어 대기성분 분석이 용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행성은 항성 가까이서 하루나 이틀 주기로 공전하며 초고온 상태를 유지해 뜨거운 목성으로도 불린다.
지구에서 약 640광년 떨어진 물고기자리에 있는 WASP-76 b에서는 강철 비가 내리고, 약 850광년 밖 고물(船尾)자리의 WASP-121 b에서는 루비와 사파이어 비가 내리는 등 일반 행성과는 다른 특이한 행성으로 분류돼 왔다. 그렇더라도 행성의 상층 대기에서 바륨이 발견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논문 공동저자인 IA의 올리비에 드망종 박사는 "행성의 큰 중력을 고려할 때 바륨과 같은 무거운 원소는 곧바로 저층 대기로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며 상층 대기에 바륨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행성 대기에서 바륨을 찾아내려고 했던 것은 아니며, 우연히 이를 발견하고 이전에는 한번도 포착된 적이 없던 것이라 진짜 행성 대기에 존재하는 것인지를 재차 확인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WASP-76 b와 WASP-121 b 대기에서 바륨이 포착됐다는 것은 두 행성이 이전에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더 특이한 행성이라는 점을 시사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바륨은 지구 하늘에서 불꽃놀이 때의 밝은 녹색으로 만날 수 있지만 자연계에서는 원소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문에 대체 어떤 작용으로 외계행성 대기에 바륨이 존재하게 됐는지 의문이 제기되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메커니즘이 작용하는지 알 수 없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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