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서 침몰한 美함정, 79년만에 호수 바닥서 발견된 이유는

입력 2022-10-14 17:52  

태평양서 침몰한 美함정, 79년만에 호수 바닥서 발견된 이유는
1943년 타라와섬 전투서 침몰…캘리포니아 호수서 가뭄에 등장
NYT "이동 경로 불분명…유령선"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한복판에서 침몰한 미군 함정이 79년 만에 미 본토 호수 한복판에서 발견돼 이동 경로가 미스터리라고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군용 차량을 수집하며 자원 소방관으로 일하는 수집하는 제임스 던스던은 섀스타 호수에 2차대전 군함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작년 가을에 배를 찾아 나섰다가 실제로 약 11m 길이의 군용 상륙정을 발견했다.
그는 "배가 지평선 너머에서 유령처럼 나타났다"며 "배에서 2차 대전 때 사용된 페인트와 목재, 강철이 발견됐고 배의 경사로는 내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배가 상륙 와중에 가라앉은 것 같이 보였다며 발견 당시 배의 모습을 묘사했다.
이 상륙정은 배를 건조한 앤드루 잭슨 히긴스의 이름 따 '히긴스 배'라고 불린다.
히긴스 배는 1943년 7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상륙작전에서 미군을 해변으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했다.
미 산림청 소속 섀스타-트리니티 국유림은 이 배가 같은 해 가을에 타라와섬 전투에도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투는 미군이 당시 일본이 점령한 태평양 중부 길버트 제도를 침공한 전쟁이다.



이 배는 타라와섬 전투에서 침몰했는데, 배는 이후 인양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산림청은 이 배가 어떻게 섀스타 호수 바닥까지 오게 됐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 이 배에 '유령선'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그러면서 만일 올해 여름 미국 서부를 덮친 심각한 가뭄으로 호수 바닥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이 배가 영원히 물속에 갇혔을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배의 경사로에는 미 해군 전함이라는 표시인 '31-17'이라는 숫자가 적혀있다.
산림청은 이 숫자를 근거로 이 배가 시칠리아섬 상륙 작전 당시 조지 S. 패튼 장군 본부였던 USS 몬로비아에 배정된 배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육군 장군이자 전 미국 대통령도 이 배에 탔다고 전했다.
제럴드 마이어 네브래스카 주 방위군 박물관 대표는 이 상륙정은 주로 얕은 바다를 항해하며 선미 경사로를 통해 전투부대가 해변에서 신속하게 배에서 내려 적군의 영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전투 방식을 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히긴스 배는 2차 대전 때 약 2만3천 척이 건조됐고 현재는 20척 정도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마이어 대표는 2차 대전 후에 개인이 정부로부터 이 배를 사들여 호수를 건너는 데 이용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벌목 회사나 정부 기관이 이 배를 운영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 배의 소유주나, 침몰 경위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올해 여름 미국 서부를 강타한 폭염으로 많은 지역이 장기간 가뭄에 시달렸다.
연방 정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섀스타 카운티는 128년 만에 가장 건조한 해를 맞으면서 호수에 물이 말라 메마른 갈색 바닥이 나타났다.
같은 달 서부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에 걸친 미드호 수위도 낮아지면서 호수에 침몰했던 2차대전 당시 상륙정이 발견되기도 했다.

dind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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