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의결 신청 당시 '상생협력' 약속했던 데 대한 추궁 잇따를 듯
네이버 "국감 안 갈 상황 아냐…통보 대기하며 상황 지켜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임성호 기자 = 올해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그리고 이번엔 예년보다 더 험로가 예상된다.
네이버[035420]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작년에 이어 올해 국정감사에도 결국 증인으로 나서게 됐다. 이번이 네 번째 국감 출석이다.
당초 그는 정무위원회 등 상임위원회의 국감 증인 명단에서 제외돼 올해는 출석하지 않고 넘어갈 가능성이 컸지만, 14일 정무위가 전체 회의를 열어 오는 21일 공정거래위원회 종합감사에 그를 부르기로 전격 의결했다.
우선 이해진 GIO는 국감에서 동의의결 이행 사항 중 중소기업 상생 지원 사업의 세부 집행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동의의결 제도는 공정위 조사·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이나 피해 구제 등 타당한 시정 방안을 제안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종결하는 제도로, 네이버는 2014년 이 제도의 '1호 수혜자'가 됐다.
당시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었던 이 GIO는 2013년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상생 협력을 도모하고, 소비자 후생을 위한 각종 사업을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네이버는 시장 지배력 확대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고 있다.
높은 점유율의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보다는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통해 골목 상권을 침해하고, 해외 진출에 힘쓰기보다는 내수 매출 확대에 더 치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지난 7일 열린 정무위의 국감에서도 네이버가 동의의결을 악용해 매출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네이버가 "200억 원을 들여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을 만들고 그 재단이 (피해자 구제에 사용할) 사업비 300억 원을 점검해 공정위에 보고"하게 돼 있지만, 동의의결에 따라 피해자 구제에 사용해야 할 이 돈을 자사 배너와 광고 활동에 썼다고 꼬집었다.
네이버는 또 최근 세간에서 '부동산 정보 갑질 의혹'으로 불렸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본사가 검찰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지난 2015년 5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부동산 정보업체(CP)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사에 제공된 부동산 매물 정보를 경쟁 업체인 카카오[035720]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네이버가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이 GIO는 어느 정도 인정한 바 있다. 그는 작년 국감에서 "소상공인 협력은 꽤 오랫동안 여러 가지 형태로 애써왔던 부분이지만, 여전히 미진하고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여야는 네이버가 국내 최대 포털로서 언론과 여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혹 어린 시선, 사실상 유사 언론으로서 엄청난 여론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비례한 책임이 부족하다는 비판, 최근 급락한 주가에 대한 대책 등에 대한 질문도 쏟아낼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는 이날 여야 합의에 대해 "(이 GIO가) 지난해 국감에도 출석한 만큼 (올해 국감에) 안 갈 상황은 아니다"라며 "통보를 대기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성남사옥 허가 특혜 의혹 '뇌관'…파행 가능성도
정무위 국감이지만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에 따라 현재 네이버와 관련한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사옥 특혜 의혹으로 질문이 집중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정치 쟁점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진 국감'이 '성남특혜 의혹 국감'으로 흐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럴 경우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여야 간 충돌이 일 공산이 작지 않다. 자칫 이날 국감이 파행으로 번질 수도 있다.
만에 하나 이번 성남 사옥 특혜 의혹 수사에서 혐의가 입증된다면 네이버가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네이버는 2016년에서 2018년 사이 후원금 약 40억 원을 내고 성남시로부터 제2 사옥인 '1784'의 건축 허가를 포함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네이버는 공익 법인인 '희망살림'을 통해 후원금을 우회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국감 기간 최수연 현 네이버 대표이사를 일반 증인으로 부르려 했으나,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창업자인 이해진 GIO가 결국 증언대에 서게 됐다.
◇ '은둔의 경영자' 이해진 GIO는 누구?
1999년 네이버를 세운 창립자로, 네이버를 국내 포털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공룡으로 키웠다.
그러나 대중 앞에 잘 나서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 조용한 성격에 낯을 가리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재는 공식적으로는 경영 일선에서 퇴진해 유럽의 기술 스타트업 투자와 신사업 개척 등에 대해 뒤에서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개인회사를 통해 일본에서 '라멘가게'에 간접 투자했다는 언론 보도도 꽤 많이 나왔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그가 네이버 지분을 매각해 투자한 개인회사 지음은 '베포 코포레이션'에 거액을 출자했는데, 베포는 라면 사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은둔 기업인 이미지로 통하는 이 GIO는 국회 출석도 꺼린다는 설이 있다. 의원들의 따가운 질책을 좋아할 사람은 없지만, 그는 해외 출장을 이유로 국회에 국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적도 있다.
그가 국감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17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 종합감사 때다.
당시 그는 뉴스 부당 편집과 시장 독점 논란 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듬해 열린 과방위 국감에서는 뉴스 댓글을 기계적으로 조작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해서, 지난해에는 같은 상임위에서 골목 상권 침해에 대해 집중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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