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당대회가 끝나면 중국의 방역 정책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요?"
최근 중국 베이징 한인 밀집 지역 왕징에서 만난 교민들은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방역 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중국인들도 당대회 이후 방역 정책이 완화될지가 최대 관심사다.
서너 명만 모이면 초강력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기 일쑤다.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로 불리는 중국의 방역 정책은 '둥타이칭링'(動態淸零)으로 칭한다.
'칭링'은 컴퓨터 포맷(format)을 의미하는 단어로, 감염자가 나오면 고강도 방역을 가동해 다시 '감염자 제로'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국제선 항공편 왕래 최소화와 시설격리를 바탕으로 외국발 유입 통제, 주민 외출 금지를 수반하는 대규모 봉쇄, 전수 유전자증폭(PCR) 검사, 젠캉바오(健康寶)라는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국민 동선 파악 등이 핵심이다.
이 때문에 경제수도 상하이가 두 달 이상 전면 봉쇄됐고, 인구 2천100만 명의 쓰촨성 청두시와 인구 1천750면 명의 광둥성 선전시 등도 봉쇄를 경험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방역 정책 완화 시점으로 당대회 이후를 지목하는 것일까.
정답은 중국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제로코로나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로 효력이 떨어지는 백신, 열악한 의료 인프라와 함께 정치 상황을 꼽는다.
시진핑 3연임을 결정할 당대회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 혼란을 차단하고 중국의 정책이 서방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3연임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시 주석 3연임이 확정되면 방역 정책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당국의 움직임을 보면 시 주석 3연임이 확정되더라도 방역 정책을 완화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먼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당대회를 앞둔 최근 사흘 연속 제로코로나 정책을 옹호하는 논평을 실었다.
신문은 지난 10일 "코로나19가 아직 떠나지 않았고, 큰 시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탕핑'(?平·몸과 마음이 지쳐버리면서 아예 더는 노력하지 않는 태도)에는 활로가 없고 '견지'야말로 승리"라고 썼다.
11일에는 전염병이 통제돼야 경제가 안정되고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다음 날에는 미국 등에 비해 낮은 코로나19 사망률을 언급하며 자국 방역 정책의 우월성을 찬양했다.
여기에 당대회 준비 성격인 19기 중앙위원회 제7차 전체회의(7중전회) 공보에서는 '중국이 경제 안정을 유지하며 코로나19를 통제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대회 이후에도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도 비슷한 예측을 한다.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제로코로나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당대회가 끝나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예단하기 쉽지 않다"며 "내년 3월 양회 이후에야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당대회에서 당 총서기와 중앙군사위 주석 3연임에 성공한 뒤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 주석 3연임까지 마무리해야 정치 일정이 끝난다는 해석으로 보인다.
이스트캐피털 자산운용 설립자 카린 헌은 중국 경제가 구조적 위기를 불러올 정도는 아니라며 제로코로나 유지 가능성을 예상했다.
그는 "당대회 이후 중국이 실용 노선을 걸으며 경제 성장에 집중할 것이라는 희망적 사고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다. (현 기조를) 재고할 정도로 데이터가 끔찍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중국이 당대회 이후 제로코로나 정책의 변화를 시도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이 완전 완화는 아니더라도 일부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경제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5.5% 안팎'으로 정했지만, 제로코로나 정책이 이어지면서 성장률을 3% 이하로 보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중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2%, 4.4%로 제시해 지난 7월 예측치보다 0.1%포인트,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일반인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더욱 심각하다.
확진자도 아닌 1차 혹은 2차 접촉자라도 다녀간 것이 확인되면 해당 건물 혹은 지역을 통째로 폐쇄하다 보니,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문제는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물론 대중국 수출의 80% 이상이 중간재인 우리나라 경제가 겪을 파장이다.
중국 경제가 부진한 상황에서 소재 부품으로 들어가는 우리 수출품들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
얼어붙고 있는 중국 경제는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보인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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